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6월 4일 넥센과 한화의 경기. 넥센은 1-3으로 뒤진 8회말 수비에서 신인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홍익대를 졸업하고 올시즌부터 넥센 유니폼을 입은 김대우.
그는 데뷔 첫 1군 무대에서 첫 이닝을 3타자 연속 삼진으로 마감했다. 그것도 최진행-정원석-김경언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었다. 이튿날에는 1⅔이닝동안 탈삼진 4개를 솎아냈다. 이틀동안 7개 아웃카운트 중 6개를 삼진으로 잡아낸 것이다.
물론 놀라운 삼진쇼만으로도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사항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김대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 정통 언더핸드 투수의 등장
흔히 언더핸드 투수는 사이드암 투수와 묶여 '잠수함 투수'라 불린다. 하지만 언더핸드와 사이드암은 공이 나오는 궤적부터 엄연히 다르다.
'잠수함'이란 타이틀이 더욱 어울리는 유형의 투수는 역시 언더핸드 투수다. 하지만 정통 언더핸드 투수를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잠수함 투수'가 난립하는 아마추어 야구에서도 정통 언더핸드 투수는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이 사이드암이다. 이는 프로에서도 마찬가지다.
김대우는 정통 언더핸드 투수다. 특히 김대우의 경우 공을 던지는 타점이 매우 낮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의 와타나베 ??스케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김대우는 사이드암 투수였지만 마운드에 손이 닿을 정도로 낮은 와타나베의 타점을 보고 영감을 얻어 언더핸드로 바꿨다.
김대우의 가치가 더욱 높은 것은 공의 스피드가 빠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대표적 언더핸드 투수인 정대현(SK)의 경우 직구 스피드가 130km 중반대에 불과하지만 김대우의 경우 140km를 넘나든다. 그렇다고 제구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16일 현재 7⅓이닝을 던지는동안 탈삼진 10개, 볼넷 2개가 이를 증명한다.
입단 당시만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2군에서 갈고 닦으며 구속과 제구 모두 향상시켰다.
▲ 9라운드 선수의 대반란
김대우의 계약금은 2천만원이다. 연봉 2천 4백만원보다도 적다. 김대우의 계약금이 적은 이유는 지명 순위가 낮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대우는 9라운드 전체 67번으로 넥센에 지명됐다. 낮은 순위였지만 대학 무대에서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그이기에 프로에 지명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일 수 있었다.
김대우 역시 같은 생각이다. 그는 억대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입단한 소수의 선수보다 자신의 주변을 돌아봤다. 김대우는 "주변에 프로에 가지 못한 선수가 많다"며 '자신감을 갖고 즐기자'는 마음가짐으로 던지다보니 소심한 마음도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마음가짐 속에 2군에서 놀라운 발전 속도를 보였고 예상보다 빠른 시간 안에 1군 무대에 등장했다.
충격적인 데뷔 속에 당시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를 점령했던 김대우지만 여전히 그는 1군에 단 5경기만 나선 신인일 뿐이다. 때문에 그의 미래는 누구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빠른 볼을 던지는 언더핸드 투수라는 매력, 여기에 장기가 취미이며 "수싸움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그이기에 미래가 어둠보다는 밝은 빛으로 휩싸여 있을 확률이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흔하지 않은 언더핸드 투수에, 9라운드 지명, 여기에 상대적으로 팬들의 관심이 적은 넥센이라는 팀. 마이너리티의 총집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대우의 대반란이 시작됐다.
[넥센 언더핸드 투수 김대우.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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