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감독이 상대팀 타자로 자신의 아들이 나선다면 과연 그 기분은 어떨까.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알기 힘들 것이다.
지난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SK의 경기. '아버지' 박종훈 LG 감독은 SK 내야수인 '아들' 박윤이 타석에 들어서는 장면을 말없이 지켜봐야 했다.
9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SK는 대타로 박윤을 투입시켰다. 말로만 듣던 감독 아버지와 타자 아들의 대결이 성사된 순간이었다. 결과는 삼진 아웃. 박종훈 감독은 복잡 미묘한 심경 속에서 아들의 삼진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박윤은 삼진 아웃으로 물러났지만 LG 구원진의 급격한 난조로 SK가 대역전에 성공, 6-4 승리를 거뒀다. 삼진을 당했지만 팀이 승리한 박윤과 역전패를 당한 박종훈 감독의 희비는 극명히 엇갈렸다.
그래도 박종훈 감독은 어쩔 수 없는 '윤이 아빠'였다. "경기가 끝난 다음에 생각해보니 '잘 좀 치지'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고 애틋한 부정(父情)을 드러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한마디를 던졌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박윤이 안타를 치고 2루에서 죽으면 되지 않느냐"는 것. 양상문 위원의 농담에 박종훈 감독과 취재진은 웃음 바다가 됐다. 그러나 만약 그랬다가는 2군행이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적으로 만나는 이상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는 얘기다.
박종훈 감독은 지난 18일 잠실 LG-SK전을 앞두고 박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프로야구 1군 감독과 1군 선수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상봉이었다.
박종훈 감독은 박윤에게 "1군에 올라와서 좋은 기회를 얻었으니 이 기회를 발판 삼아서 자주 1군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과연 박윤이 아버지의 말씀을 새겨 듣고 1군 무대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흥미롭다.
[박종훈 감독(사진 위), 박윤. 사진 = 마이데일리 DB,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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