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마이데일리 = 김용우 기자] 2010년 10월은 e스포츠 관계자, 선수들에게 최악의 한 달로 기억된다.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고 자부하던 한국에 승부조작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상파 3사 9시 뉴스는 연일 e스포츠 승부조작에 대해 보도했다. 블리자드와의 지적재산권(이하 지재권) 협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e스포츠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대부분 관계자들은 그 날만 생각하면 오싹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정들었던 직장이 없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10년 동안 만들었던 e스포츠가 게임이라는 한 부분으로 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하튼 문제는 해결됐고 해당 선수들은 영구제명 처리됐다. 몇몇 선수들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군에 입대하기도 했다.
최근 e스포츠를 다시 한번 충격으로 몰고갔던 일이 있어났다. 바로 승부조작의 중심 인물이었던 마재윤이 개인방송을 통해 복귀한다는 이야기였다. 새벽부터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파괴력은 상당했다. '반성을 하지 않았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용서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e스포츠 관계자들은 승부조작 사건을 연예인과 비유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같이 했다. 한 관계자는 그런 모습에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부분 선수들도 마재윤의 파괴력을 인정하면서도 왜 그런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등을 돌렸다.
마재윤의 사건이 잊어질 때쯤 언젠가 포털 검색어 1위에 e스포츠 인물이 다시 한번 오르는 것을 보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현재 MBC게임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 서경종이었다. 서경종은 최근 벌어진 SK텔레콤과의 경기서 도재욱(프로토스)을 상대로 은퇴경기를 치렀다.
프로스포츠에서 은퇴 선수에게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하는 것은 빈번한 일이다. 하지만 e스포츠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다.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한 임요환과 이윤열도 조용히 은퇴 처리됐다. 빼어난 실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성실하게 선수 생활을 한 서경종은 예외였다.
MBC게임 히어로 게임단의 전신인 POS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서경종은 사실 개인리그, 프로리그에서 인연을 맺지 못했다.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둔 것도 아니다. 대부분 e스포츠팬들이 서경종을 기억하는 것은 '뮤짤' 일명 뮤탈리스크를 갖고 부대 단위로 싸우는 전술을 만들어낸 선수로 기억할 뿐이다.
그래도 그는 성실하게 게이머 생활을 마쳤다. 이제 해설위원으로 제2의 생활을 준비 중이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극명하게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서경종은 e스포츠인들에게 박수를 받으면서 떠났다. 반면 마재윤은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가 한 순간에 추락했다. 다시 한 번 재기를 꿈꾸다가 많은 비난에 다시 종족을 감췄다.
이 글을 읽을지 모르겠지만 마재윤은 서경종을 조금이라도 본받았으면 한다. 그것이 e스포츠팬들에게 다시 한 번 속죄하는 방법이다.
[마재윤]
김용우 기자 hilju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