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하진 기자] "(조)성환아, 주장 절반씩만 나눠서 하면 안되냐"
올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주장을 맡은 홍성흔이 지난해 주장이었던 조성환을 향해 꺼낸 말이다.
29일 KIA와의 홈경기를 갖기 전 홍성흔은 후배 선수들과 함께한 미팅에서 특별한 메시지를 전했다. 어떤 말을 했냐는 물음에 홍성흔은 "우리 팀의 그 어느 누구도 '올시즌은 끝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팀은 정말 끝나게 되는 것이다"라며 그런 생각을 하지 말자고 당부했다고 답했다.
이어 "요즘 팀 분위기가 2실점만 먼저 해도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포기는 감독이나 코치가 아니라 선수가 하는 것이다. 덕아웃에서 어느 누구든 파이팅하고 타자에게 집중하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사실 홍성흔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즌이다. 지금까지 해오던 성적과 비교했을 때 이번 시즌에는 그와 같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 고충이 클 법. 하지만 팀의 주장이자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어줘야하는 입장이기에 신경써야 할 곳이 많다. 이때문에 덕아웃을 지나가던 지난해 주장 조성환에게 "주장 나눠서 하면 안되겠냐"라는 말을 한 것이다.
이런 그에게 가장 큰 채찍질을 하는 것은 딸 화리다. 어머니와 함께 야구를 따라 보기 시작하면서 야구에 대해 어느정도 알게 됐다는 화리는 "아빠 연습 안해? 아빠 홈런 안쳐?"라며 아버지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경기장 밖을 나가면 롯데 팬들의 질타도 감수해야한다. 인사보다는 "롯데 요새 와이라는교(롯데 요즘 왜그러나요)?"혹은 "단디 하이소(제대로 하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홍성흔도 '죄송합니다'라고 답할 수 밖에 없다.
이날 중부지방의 큰 비로 사직구장을 제외한 3곳의 경기가 모두 취소됐다. 이 경기의 수훈 선수가 신문의 1면을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양승호 감독이 "(홍)성흔아, 오늘 잘 치면 1면이다. 나도 감독멘트 해 보자"라며 농담을 건넸다. 홍성흔은 이 말에 "이승엽이 만루홈런 치겠지요"라면서 "내가 솔로홈런 하나 치겠지"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랬던 홍성흔이 정말로 시즌 3번째 홈런을 쳐냈다. 오랜만에 나온 홈런이지만 홍성흔은 별다른 세리머니 없이 묵묵히 홈을 밟았다. 이미 팀이 1-7로 뒤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날 롯데가 뽑아낸 득점은 이대호에 이어 홍성흔이 뽑아낸 2득점이 전부였다.
"올시즌이 롯데 입단 때보다 더 힘들다"던 주장 홍성흔. 이런 그의 간절한 마음이 후배들에게 전해져 6위로 추락한 롯데를 끌어올릴 수 있을까.
[롯데 홍성흔. 사진 = 마이데일리DB]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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