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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밤바야~”아프리카 추장 분장을 한 심현섭이 소리를 지른다. 1999년 9월4일 ‘개그 콘서트’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가 그동안의 코미디의 주류를 이룬 콩트 코미디 등과 너무 달라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 됩니다. 개그맨들과 좋은 아이디어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후회 없이 도전할 생각입니다.”1999년 9월 당시 녹화장에서 만난 ‘개콘’박중민PD는 조용하지만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성공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높았고 그래서 얼마 안가 폐지될 것이라는 방송가 안팎의 전망이 압도적이었던 ‘개콘’이 7월 3일 600회를 맞았다. ‘개콘’600회는 장시간 방송이라는 물리적 의미보다 한국 코미디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큰 의미를 담보하고 있다. 기존의 코미디 공식을 모두 버리고 세트에서부터 방청객의 관객으로의 격상, 3분이내의 코너의 방송시간까지 모두 새롭게 만들며 매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제작진과 출연진이 의기투합했던 ‘개콘’은 한국 코미디의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공개 콘서트 형식으로 개그, 콩트, 슬랩스틱 등 다양한 코미디 장르를 관객과 직접 호흡하며 전개한 ‘개콘’은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신세대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며 대중문화의 흐름을 선도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코미디 위기 속에 선을 보인‘개콘’은 지난 11년간 평균 시청률 20%대를 기록하며 ‘개그야’‘웃음을 찾는 사람들’같은 공개 개그 프로그램 붐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
또한 코미디의 형식과 내용의 과감한 변화뿐만 아니라 좀처럼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코미디계의 특수성을 깨기도 했다. 새로운 개그를 선보인 개그맨들을 스타로 부상시키는 스타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600회를 맞는 동안 늘 장안의 화제가 되는 ‘봉숭아 학당’에서부터 ‘사바나의 아침’부터 ‘갈갈이 삼형제’ ‘현대생활백수’ ‘고음불가’ ‘마빡이’ ‘대화가 필요해’‘분장실의 강선생님’ ‘남성인권보장위원회’ ‘달인’‘두분토론’ ‘생활의 발견’에 이르기까지 신선한 소재를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구성한 수많은 ‘개콘’코너들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동시에 웃음의 새로운 코드를 개척했다.
지난 2007년 12월 시작해 3년 7개월째 방송돼 최장수 인기 코너로 꼽히는 ‘달인’의 김병만은 “‘개콘’에선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치열한 노력과 신선한 웃음코드를 보여주지 않으면 코너가 폐지되는 것을 알기에 매회 신선한 웃음 아이디어와 연기를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한 것이 ‘개콘’인기 비결이다”고 말했다.
600회가 방송되는 동안 “미안합니다∼”“내아를 낳아도”“그까이꺼 대충”“맞습니다 맞고요”“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니들이 수고가 많다”“소는 누가 키워”등 수많은 유행어를 낳았다. ‘개콘’을 통해 인기를 얻은 이들 유행어는 시대상황이나 사회적 문화 트렌드를 잘 드러내 웃음을 선사하는 기제뿐만 아니라 우리사회를 읽는 지표 역할도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개콘’600회의 가장 큰 성과중 하나가 예능계와 코미디를 이끄는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는 점이다. ‘개콘’은 백재현 심현섭 김영철 부터 김준호 박준형 정종철 유세윤 이수근 김병만 정형돈 신봉선 박지선 박영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타 예능인들을 탄생시켰다.
물론 600회의 ‘개콘’이 노출한 문제점도 있다. 웃음의 코드가 10~20대 젊은층에 맞춰져 중장년층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멀어지게 되고 젊은 개그맨 위주로 출연시키다보니 중견 코미디언이나 개그맨들은 설자리를 잃게 만든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개콘’은 이러한 문제점을 끊임없이 보완하며 치열한 경쟁을 하며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해 시청자의 높은 사랑을 받으며 한국 코미디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개콘’초창기 조연출로 투입됐다가 이제 연출자로 나서고 있는 서수민PD는“처음에는‘개콘’이 이렇게 장수하며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 인기에 안주하면 곧 바로 도태된다는 생각으로 매회 준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형식과 내용, 그리고 신선한 웃음의 코너들이 나오는 것 같다.‘개콘’이 1200회를 향해 갈수 있도록 새로운 601회를 준비하겠다”는 의미심장한 600회 소감을 밝혔다. (농민신문에 기고한 글을 일부 수정한 글입니다)
[600회의 '개그 콘서트'는 한국 코미디의 판도를 변화시킨 프로그램이다. 사진=KBS제공]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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