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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
남궁민은 나쁜 남자다. 아니 나빠 보이는 역할을 많이 했다. 우연찮게 영화 '나쁜 남자'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선량한 미소가 화사한 이 배우가 나쁜 역할을 도맡아 하는 것은 조금 의외다. 그러나 그가 구현하는 악역은 나름 이유와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었거나 믿었던 사람에게 심하게 배신당했거나 혹은 성공의 욕망에 사로잡혀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내 마음이 들리니(내마들)'에서 남궁민이 맡고 있는 장준하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인물이다. 친모인 김신애(강문영)에게 버림받고, 모자란 외삼촌인 봉마루(정보석) 밑에서 자란 장준하는 새엄마가 된 귀머거리 미숙(김여진)의 비극적인 죽음을 목격하고 집을 뛰쳐나간다. 이후 재벌 상속녀 태현숙(이혜영)과 사고로 소리가 들리지 않는 차동주(김재원)를 돌보며 16년간 같이 살지만 사실은 태현숙의 남편이자 친부인 최진철(송승환)을 향한 복수의 도구로 키워진 것을 알고 절망한다. 더욱이 태현숙에게 한순간 버림받자 복수를 다짐하고 최진철과 손을 잡는다.
그런데 장준하는 갑자기 재벌 아빠가 생긴 로또를 맞은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너무 음울하고 복잡한 다크 프린스다. 버린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 서글픔을 모두 안고, 자신의 성공을 쫓아 탐욕을 펼치는 이중적인 캐릭터이다. 극 초반 부드럽고 자상한 성격에서 매섭고 냉정하게 변했지만, 사실은 고독하고 정에 약한 입체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제 데뷔 10년차에 접어든 남궁민이 처음 알려진 것은 배용준과 닮은 외모 때문이었다. 한때 리틀 배용준으로 불리며 유명세도 얻었지만 웃지 못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2004년 일본 TV에서 배용준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남궁민에서 겨울연가 속 배용준 대역을 제의한 것. 물론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유사한 경우가 다섯 번이나 더 있었다고 한다. 배용준의 후광은 그늘도 되지만 때론 벽이 되기도 한다. 시트콤 '대박가족'으로 데뷔한 후 드라마 '금쪽같은 내새끼', '어느 멋진 날', '부자의 탄생', 영화 '비열한 거리', '뷰티풀 선데이' 등에 출연했지만 큰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남궁민은 자신의 연기 스타일을 '슬로스타터'로 정의했다. 공학도 출신답게 대본을 꼼꼼히 분석하고 캐릭터의 심경을 치밀하게 파악하기에 발동이 걸리기까지 오래 걸린다. 대본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는 남궁민은 캐릭터 분석을 하다 악몽을 꾸고 몽유병 증세를 시달릴 만큼 연기에 목을 맨다. 그러기에 쪽 대본이 나올 만큼 긴박하게 돌아가는 드라마 현장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순발력이 부족해 영화만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는 그는 연기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려야 했다.
쉴 때는 뮤지컬 선생을 찾아가 발성 연습을 한다는 그는 느리게 그러나 꼼꼼하게 가는 법을 아는 배우다. 한 번에 수직 상승하진 않았지만 차근차근 필모그라피를 쌓아올렸고, 이제야 물오른 연기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제2의 배용준을 넘어 제1의 남궁민으로 우뚝 선 남궁민. 차분한 외유내강형 배우가 오랫동안 사랑받기를 기대한다.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의 남궁민, 영화 '나쁜남자'의 남궁민, 드라마 '부자의 탄생'의 남궁민. 사진 = MBC, KBS 제공, 영화 캡쳐]
김민성 , 서울종합예술학교 이사장 www.sa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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