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6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한대화 감독은 팀이 2-17로 지고 있는 가운데 웃음을 터뜨렸다. 4번 타자 자리에 들어선 외국인 투수 오넬리 페레즈의 모습 때문이었다. 이날 오넬리는 9회 선두타자로 나서 진명호의 공을 밀어쳐 큼지막한 우익수 플라이를 날렸다.
외국인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을 올시즌 안에 또 볼 수 있을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만약 현실로 이뤄진다면 주인공은 확정돼 있는 듯 하다. SK 새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고든이 주인공이다.
▲ 1997년 데뷔 해 2006년까지 좌타 외야수로 활동
SK는 9일 새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 올시즌 2승 6패 평균자책점 5.37로 부진했던 짐 매그레인을 퇴출시키고 올시즌 뉴욕 양키스에서 2경기 선발로 나선 우완투수 고든을 불러들인 것.
필라델피아 산하 트리플A에서 활동하던 그는 시즌 중반 뉴욕 양키스에 선발 로테이션 공백이 생기며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6월 16일과 22일, 2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 빅리그에 있었던 선수라는 점도 눈에 띄지만 그의 경력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1978년생으로 결코 적지 않은 나이지만 투수 경력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 1997년 프로에 들어온 뒤 2006년까지는 외야수로 활동했다. 오른손으로 던지는 것과 달리 타격은 왼쪽 타석에서 한다.
이후 휴스턴 산하 마이너리그 시절 놀란 라이언의 조언을 듣고 외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했다.
▲ 트리플A에서 69홈런·2루타 90개… 올시즌 8타수 4안타 1홈런 타율 .500
투수 전향 한 시즌(2008년 텍사스)만에 메이저리그에 오른 것과 달리 타자로서는 메이저리그에 단 한 경기도 오르지 못했다. 때문에 고든의 투수 전향은 성공적인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타자' 고든이 그리 만만한 선수는 아니었다. 마이너리그 15시즌 1206경기에서 타율 .275 119홈런 590타점을 기록했다. 트리플A로 범위를 좁히면 타율은 .263로 조금 낮지만 69홈런과 90개의 2루타를 때려내며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장타율도 .475로 타율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고든은 투수로 전향한 이후에도 종종 타석에 들어섰다. 특히 올시즌에는 필라델피아 산하 트리플A팀인 르하이 밸리에서 매서운 타격 실력을 과시했다. 8타석에 나서 8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타율이 무려 .500이다. 8타석동안 삼진은 단 1개 밖에 당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타석에도 섰다. 6월 22일 신시내티와의 인터리그에 선발 등판한 그는 2차례 타석에 나섰다. 이날 경기가 신시내티 홈구장인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치러지며 내셔널리그 규정을 따랐기에 투수도 타석에 들어섰다. 신시내티 선발 쟈니 쿠에토를 상대로 삼진 1개를 당하기도 했지만 첫 타석에서는 볼넷을 골라냈다.
▲ SK 유니폼을 입고도 타자로 나설 수 있을까
이제 관심거리는 우리나라에서도 '타자' 고든의 모습을 볼 수 있느냐는 점.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겠지만 상황에 따라서 현실이 될 수도 있다.
SK 김성근 감독은 '상식파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상대 타자의 성향을 고려해 1루수와 3루수간 포지션을 바꾸기도 하고 지난 시즌에는 좌투인 박정권이 한 이닝동안 2루수로 뛰기도 했다. '상식파괴'라는 말처럼 김 감독은 틀에 얽메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때문에 '타자' 출신 고든이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은 오히려 특별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여러가지 조건이 들어맞아야겠지만 분명 현실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고든이 마운드에서 게리 글로버와 원투펀치를 형성함과 동시에 때로는 왼손 대타 히든카드로도 활동할 수 있을지 흥미롭다.
[SK 새 외국인 투수 겸 타자? 브라이언 고든.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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