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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전통을 지켜나가는 자존심 강한 그녀들 기생은 막장 소재였나요"
SBS 주말 드라마 '신기생뎐'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기획 의도는 좋았다. 우리의 전통을 지켜나가는 자존심 강한 그녀들, 기생의 애환을 다루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동안 '욕드'(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를 집필해온 임성한 작가지만 그들의 말 못 할 슬픔과 일반인은 알지 못하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제목도 '신기생뎐'이다. 아에 대놓고 기생 이야기를 하겠다는 의도였다. 종영을 단 2회 남겨둔 '신기생뎐'이 흘러가는 내용을 보고 있으면 차라리 '전통을 이어가는' 기생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나을뻔 했다. 막장 이야기 속에 1%라도 녹아있을 '전통'을 찾는 재미라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신기생뎐'을 보고 있으면 '이게 뭔가' 싶을 정도다. 시청자들은 "'신기생뎐'이 아니라 '신귀신뎐'이다"고 말한다. 드라마 스토리와 상관없는 귀신들이 연달아 등장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야기만 본다면 기생의 애환이 아니라 언제나 배고픈 귀신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똑똑한 시청자들이 이런 어이없는 드라마 전개를 바라만 보고 있을리 없다. 그 동안 이유없이 등장한 할머니 귀신을 보기 불편했던 시청자들은 지난 9일과 10일 방송에서 연타로 등장한 장군 귀신과 동자 귀신에 분노가 폭발했다. 말 그대로 귀신 쇼였다. 납량 특집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급기야 아수라(임혁 분)는 눈에서 초록 레이져 광선까지 쏘아대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쳤다.
도대체 작가는 무슨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기생들의 애환은 어디로 갔냐는 말이다. 방송 초반에는 주인공 단사란(임수향 분)이 부용각에 입성하기 전이라 기생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란이 입성한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기생들의 애환이 아닌 사란의 개인사인 업둥이의 서글픔만 나왔다. 또 아다모(성훈 분)와 계속 해왔던 연애의 연장선이었다. 뿐만 아니라 사란은 한차례 '기생 머리올리기' 해프닝만 벌인 채 부용각을 떠났다.
부용각 이야기가 부족한 탓일까. 사란이 부용각에서 나오자 이번엔 장주희(이종남 분)가 들어가고, 뒤이어 금라라(한혜린 분)까지 기생이 되겠다고 줄줄이 부용각에 입성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별반 다를 것은 없다. 누구나 겪는 경쟁으로 인한 설움, 술기운에 비틀거리는 것들이 기생만의 애환이라고 하면 할말이 없지만 다른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다.
결국 '신기생뎐'은 기생들의 애환이 아닌, 가난한 여자가 부잣집 도련님을 사랑해서 생겨난 해프닝에서 모든것을 가졌지만 사랑을 못받아 서러운 아가씨, 많이 먹고 싶은 귀신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었다. 단 2회가 남은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당초 기획의도에 걸맞는 감동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기생'은 그저 막장 드라마를 만들수 있는 맛깔나는 소재였을까. 속시원한 해명을 듣고싶다.
['신기생뎐' 포스터, 방송 화면 캡처. 사진 = SBS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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