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2006년 최고 신인을 묻는다면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2006시즌 신인왕은 그 해 프로야구 MVP까지 휩쓴 '괴물' 류현진(한화)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시즌에 접어들기 전 상황은 달랐다. 류현진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가운데 그보다 훨씬 더 주목을 받았던 세 명의 투수가 있다. '10억 신인' 한기주(KIA), 유승안 감독의 아들로 유명세를 치렀던 유원상(LG),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던 나승현(롯데)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 스포트라이트에 비해 이들의 야구 인생은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오랜 공백 끝에 비상 꿈꾸는 한기주
계약금 10억원. 한기주는 프로야구 출범 이후 신인 최다 계약금인 10억원을 받고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이 계약금은 아직까지도 신인 계약금 최고액으로 남아 있다.
데뷔 첫 시즌 그의 성적은 10승 1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6. 신인으로서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10억 몸값'에 비해서는, 그리고 18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으로 '괴물같은' 활약을 펼친 류현진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남는 성적임에 분명했다.
2007, 2008시즌에는 주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로 나서 병역 혜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올림픽 당시 연일 난타를 당하며 마음고생을 겪기도 했다.
이후에는 고질적인 문제였던 팔꿈치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팔꿈치와 어깨 통증 속에 4승 5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4.24로 2009시즌을 마친 그는 그해 11월 오른쪽 팔꿈치 내측 인대 재건술과 팔꿈치 뒷편 골편 제거 수술을 받았다.
2009시즌을 끝으로 재활에 매달렸던 그는 마침내 12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된다. 한기주가 오랜 침묵을 깨고 화려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 류현진과 강정호에 가려진 2차 전체 1번 나승현
류현진과 강정호(넥센). 나승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들이다. 나승현은 2006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2순위가 바로 류현진이었다. 당시에도 류현진이 더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팬과 관계자들도 있었지만 나승현도 류현진에게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았다.
강정호는 광주일고 시절 나승현과 함께 팀을 이끌었다. 한 대회 결승전에서는 배터리를 이뤄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강정호는 전체 8순위로 현대에 입단했다.
이후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류현진과 강정호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가 되는 사이 나승현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계약금 3억원을 받고 롯데에 입단한 그는 데뷔 첫 해 3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류현진에 비해서는 아쉬운 성적이었지만 대담함을 앞세워 마무리투수로 인상적인 모습을 여러차례 보이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데뷔 첫 해 성적이 커리어 하이라는 것. 세이브 숫자는 2006년 이후 올라가지 않고 있으며 평균자책점은 3.48에서 4.07→4.93→5.28→38.57까지 매해 높아졌다. 반대로 경기수는 나날이 줄어들었다. 결국 나승현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경찰청 야구단에서 병역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청에서 조차 올시즌 5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7.50으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 '만년 유망주' 꼬리표 떼지 못하고 LG 유니폼 입게된 유원상
유원상에게는 언제나 '유망주'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당시 한화 신인 역대 최고 계약금인 5억 5천만원을 받고 프로에 들어왔지만 터질 듯 하면서도 터지지 않았다. 어느 경기에서는 누구도 부럽지 않은 위력적인 투구를 펼치다가도 또 다른 경기에서는 신고선수보다도 못한 경기를 펼치는 경우도 있었다.
2006시즌 1군 무대에 단 한 차례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그는 2007시즌부터 서시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2007시즌 막판 선보인 그의 모습은 한화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제구력 난조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느린 투구폼으로 인해 상대 주자들의 도루를 연이어 허용하기도 했다. 여러차례 기회를 얻었지만 선발로 나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유원상은 2008년에도, 2009년에도, 2010년에도 5승씩 올리는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데뷔 후 최다이닝인 142⅓이닝을 던지기도 했지만 투구내용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구원투수로 시작한 올시즌에는 초반 안정된 투구를 펼치기도 했지만 이후 부진하며 결국 지난달 2군으로 떨어졌다. 이전까지 25경기에 출장해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6.62를 기록했다. 결국 유원상은 11일 양승진과 함께 트레이드를 통해 LG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됐다.
물론 팀을 떠나게 된 아쉬움도 있지만 분명 유원상에게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그동안 코칭스태프와 팬들에게 애증을 남겼던 유원상이 LG에서는 아버지 유승안 감독의 명성을 이을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 한기주-나승현-유원상의 데뷔 이후 통산 성적
한기주-171경기(17선발) 19승(3선발승) 21패 8홀드 56세이브 평균자책점 2.88 WHIP 1.17
나승현-134경기 1승 12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4.78 WHIP 1.56
유원상-118경기(73선발) 17승(15선발승) 30패 4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5.52 WHIP 1.68
[2006년 신인 빅3로 주목받았던 나승현, 한기주, 유원상(왼쪽부터). 사진=마이데일리DB, 롯데 자이언츠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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