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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2011년 대중문화의 가장 강력한 흥행기제와 트렌드는 복고!
지난 5월 4일 개봉한 영화 ‘써니’는 예상을 깨고 관객 660만명을 동원해 올 들어 현재까지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됐다. 학창시절을 함께 한 여학생들이 세월이 흐른 뒤 재회해 생애 최고 순간을 떠올리는 ‘써니’는 1980년대 음악과 패션 등 복고가 진하게 배어 있다.
송창식 조영남 송창식 김세환으로 대변되는 세시봉 신드롬은 1970년대 포크음악의 화려한 부활을 시켰다. 그리고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등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이문세, 조용필 노래 미션을 줘 1970~1980년대 노래 붐을 일으켰고 요즘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나는 가수다’에서도 임재범 등 출연 가수들이 윤복희의 ‘여러분’, 남진의 ‘님과 함께’ ‘빈잔’ 등 1970~1990년대 노래를 편곡해 불러 복고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롤리폴리’를 발표한 걸그룹 티아라는 안무와 의상, 헤어스타일 등이 영화 ‘써니’를 연상시킬 정도로 복고 컨셉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아이돌 그룹마저 복고의 코드를 들고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뿐인가. MBC‘놀러와’는 세시봉 특집을 마련해 복고의 신드롬의 선도 역할을 했고 MBC‘무릎팍도사’ 등은 이장희 주병진 등 1960~1990년대 대중문화 코드였던 스타들을 초대해 당시의 대중문화의 문양과 의미를 보여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방송된 MBC‘무한도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유재석 이적이 선보인 ‘압구정 날라리’같은 노래는 1990년대 젊은이들의 문화를 엿보게 했다. 그리고 ‘1박2일’200회 특집으로 마련된 전북 고창에서의 멤버들의 농활은 1970~1980년대 농촌봉사활동을 떠올리게 만든다. 미사리에 유폐됐던 1970~1980년대 대중음악을 광장으로 이끌어낸 KBS ‘7080콘서트’는 여전히 인기가 높고 최근 수학여행 등 추억의 코드를 보여주는 복고 소재를 활용한 KBS‘낭만을 부탁해’가 신설됐다.
영화, 대중음악, 그리고 방송을 강타하는 복고 바람은 뮤지컬에도 강렬하게 불고 있다. 이문세의 노래 대부분을 작사, 작곡한 작곡가 故이영훈(1968~2008)의 히트곡 위주로 꾸린 뮤지컬 ‘광화문 연가’, KBS의 1980년대 최고 인기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을 모티브로 해 만든 뮤지컬 ‘젊음의 행진’, 1970년대 후반 인기 하이틴 영화 '진짜진짜' 시리즈인 ‘진짜 진짜 잊지마’ (1976),‘진짜 진짜 미안해’ '진짜진짜 좋아해'(1978)를 소재로 만든 뮤지컬‘진짜 진짜 좋아해’는 복고의 진수를 보여 주고 있다.
이처럼 영화 방송 대중음악 뮤지컬 등 2011년 대중문화는 복고가 강타하고 있다. 왜 대중문화의 핵심 코드와 트렌드, 흥행기제가 복고일까.
일단 복고를 활용한 대중문화 상품이 중년층에게는 향수와 추억을 제공하며 왕성한 소비욕구를 자극하고 신세대들에게는 새로운 문화적 기제 즉 신선하고 키치적인 취향과 욕구를 충족시키며 개성을 확장시키는 것으로 받아들여 성공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리고 1970~1990년대 대중문화의 복고가 요즘 대중문화에서 느낄 수 없는 진정성과 감동을 맛볼 수 있게 해준 것도 복고열풍이 부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최근 일고 있는 대중문화에서의 복고 열풍은 서민경제의 침체와 현실의 고단함이 하나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현재가 어려울수록, 그리고 미래가 막막할 때 과거의 추억과 향수에서 위안을 찾으며 과거를 찾게 된다. 요즘 대중문화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복고의 붐은 서민경기 침체로 인한 현실의 고단함, 물적 토대에 따른 인간의 서열화, 따뜻한 사람냄새의 상실이라는 현실의 결핍에 대해 과거를 떠올리며 위안을 받고자 하는 욕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중문화에서의 복고는 바로 현실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 디지털과 급변하는 테크놀러지에 대한 반작용을 대중문화의 복고열풍의 원인으로 꼽기도 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간의 모습이 거세된 디지털등 첨단의 테크놀로지로 홍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아날로그 특성을 드러내는 복고 대중문화가 인간 본연의 날것 그리고 사람의 정 등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기능을 해 인기가 높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복고는 최근의 대중문화 트렌드나 코드가 아니었다. 그동안에도 복고는 대중문화의 주요한 코드였다. 그렇다면 요즘 우리 대중문화에서 일고 있는 복고는 기존의 복고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분명 최근 들어 대중문화 전방위에서 강력하게 일고 있는 복고의 트렌드는 이전의 복고와 질과 양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중의 취향과 기호의 급변으로 인해 대중문화의 트렌드의 주기나 코드의 생명력은 점차 짧아지고 있다. 대중의 눈길을 잡는 대중문화의 첨단의 아이콘도 얼마 안 돼 진부함으로 전락하는 상황이다. 요즘 복고는 대중문화의 다양성과 차별성을 갖는 강력한 코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과거의 초라한 디자인과 촌스러운 컬러마저도 풍요한 시대인 요즘에는 키치적이며 엽기적 미로 진화, 수용되고 있는가 하면 1980년대식 유머는 디지털 시대에 횡행하고 있는 파편화된 웃음과 다른 즉 경험 등을 기승전결의 내러티브에 녹여내 색다른 맛을 주고 있다.
영화 방송 뮤지컬 대중음악 등 대중문화 각분야에서 드러나고 있는 복고의 코드는 단순한 과거의 복제품이 아니다. 즉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과거의 코드에 현재적 의미와 양식을 부여한 복고인 것이다. 그래서 요즘 대중문화 속 복고는 단순한 과거의 퇴행적 반복이 아닌 과거의 현재화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에서의 복고는 새로움과 낯익음을 동시에 추구하는 창조의 작업을 거친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이 부른 남진의 ‘빈잔’이난 윤복희의 ‘여러분’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영화 ‘써니’가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과거의 복제였다면 인기를 끌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들어 강하게 드러나고 있는 대중문화에서의 복고는 대중문화의 소재와 지평을 확대하는 기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각 세대 간의 공통분모를 확대하는 기능도 하고 있다. 대중문화 유행주기가 짧아지고 세대 간의 취향과 기호가 단절되는 상황에서 신세대가 향유하는 대중문화와 기성세대가 소비하는 대중문화는 건널 수 없는 강처럼 양극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고의 코드를 활용한 대중문화는 신세대와 기성세대의 접점을 확대시키는 문화 통합의 큰 의미도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1970~1990년대를 활용한 복고가 영화 방송 대중음악 뮤지컬 등 대중문화의 각분야를 강타하고 있다.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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