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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 영화계의 해묵은 논쟁 중 하나인 부금율과 교차상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김의석, 이하 영진위)가 ‘표준상영계약서 권고안’(이하 표준상영계약서)을 20일 발표했다.
이번 표준상영계약서는 영화상영 수익분배 비율인 ‘부금율’(부율)을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구분하지 않고 55%(배급자:상영자=55%:45%)로 하는 정율 방식과 개봉 초기에는 배급자가 수익 배분을 많이 받다가 점점 적어지는 슬라이딩 방식으로 제안하고, 교차상영을 하는 경우에는 배급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1주간의 최소 상영 기간을 보장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먼저 부율은 영화 상영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분배 비율로 현재 영화계에서는 한국영화 50%(배급자:상영자=50%:50%), 서울의 경우 외국영화 60%(배급자:상영자=60%:40%)라는 관행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한국영화보다 외국영화에 더 유리하다. 이런 관행은 외국영화의 흥행력이 한국영화에 비해 높던 90년대 초부터 생긴 것으로, 한국영화의 흥행력이 높아진 지금까지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영진위가 발표한 이번 표준상영계약서는 상영자와 배급자가 계약을 체결할 때 정율 방식과 슬라이딩 방식의 부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정율 부율은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구분하지 않고 55%를 기준으로 하는 방식이다.
슬라이딩 방식은 두 가지로 제안하고 있다. 먼저 개봉 첫 주에 80%를 부율로 하고 1주 간격으로 10%씩 감소하여 6주차 이후부터 20%를 부율로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상영자의 손실율이 크므로 상영자는 총매출의 10%에 해당하는 기본 상영수수료를 선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하여 슬라이딩 부율을 적용한다. 두 번째는 개봉 첫 주에 60%를 부율로 하고 2주 간격으로 10%씩 감소하여 4주차 이후부터 40%를 부율로 하는 방식이다.
이번 부율 개선은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간의 차별을 개선하고, 배급이나 상영 주체 그 어느 일방에도 크게 이익이나 손실을 주지 않는 균형 있는 결정이라는 평가다. 다만 수익분배 문제는 궁극적으로 계약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는 사항이므로 상영관 소재지 및 상영관 형태에 따라 상호 합의에 의해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교차상영 문제도 부율만큼 영화계의 논쟁거리다.
블록버스터 영화 등 대형 영화들이 개봉될 때마다 중소 예산 규모의 영화들이 수시로 교차 상영 또는 조기 종영되는 문제가 계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번 표준상영계약서는 상영자가 교차 상영을 하는 경우에는 배급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영자에게는 교차 상영을 허용하는 대신에, 해당 상영자는 배급자에게 상영 기간을 연장하거나 부율을 상향하는 인센티브를 주도록 한 것이다.
연장하는 상영 기간은 교차상영일수의 2배, 상향하는 부율은 원래 부율의 10%를 더하도록 하고 있다. 이 두개의 인센티브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권리는 배급자에게 있다.
또 주목할 것은 최소 상영기간으로 이번 ‘표준상영계약서’에는 최소 상영 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상영자로 하여금 계약 영화에 대해서는 개봉일로부터 최소 1주 동안의 상영을 보장하도록 규정하여 조기종영의 폐해를 없애고 다양한 영화의 안정적인 상영 기회 확보와 이를 통한 시장 전체 규모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또한 극장 흥행 수입을 월별로 정산해 투자와 제작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계약 영화의 상영이 1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상영권료를 월별로 조속히 지급해 극장 수입이 투자․제작․배급사에 조속히 분배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외에도 표준상영계약서에는 상영관에서 무료입장 허용이나 무료입장권 발매를 할 때에는 배급자의 사전 서면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상영자가 배급자의 사전 동의 없이 또는 개별 상영 계약에 따르지 않고 무료입장을 허용하거나 무료입장권을 발매할 수 없도록 한 것.
이번 표준상영계약서 발표와 관련해 김의석 영진위원장은 “극장 매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영화산업의 현실에서 상영과 관련한 공정한 거래 환경과 거래 관행을 만드는 것이 영화산업의 선순환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영진위는 상영계약과 관련하여 어느 일방의 손해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산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계약관행을 제안하기 위해 이번 표준상영계약서를 제정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한편 영진위는 그 동안 표준근로계약서, 표준상영계약서, 표준투자계약서 등 3개의 표준계약서를 준비해왔으며 표준근로계약서는 지난 5월 24일에 발표했다.
표준투자계약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준약관 추진을 의뢰한 상태며, 표준상영계약서 권고안 역시 이번 발표 이후에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준약관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 극장 상영관]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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