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지난해 타율 .364를 기록하는 등 타격 7관왕에 올랐던 이대호(롯데)는 올시즌에도 21일 현재 .354라는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와 특별히 다를 것 없는 타율이지만 올시즌에는 이 부문 1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커트의 달인' 이용규(KIA) 때문이다.
이용규는 올시즌 타율 .367를 기록하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고타율 속에는 '커트 신공'이 있다. 한 때 1%대 헛스윙률로 큰 화제가 됐던 이용규는 어떤 공이든 맞혀내며 1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커트의 달인'답게 올시즌 당한 삼진수도 매우 적다. 67경기에 출장해 삼진 단 21개만을 기록했다. 3.2 경기 당 1개, 15타석 당 1개에 불과하다.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삼진 2개를 당하기 전까지 한 경기 2삼진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는 44명이지만 이용규의 삼진 순위는 82위다. 이용규보다 적은 타석에 들어서고도 더 많은 삼진을 당한 선수가 70명이나 된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드는 의문점. 대체 '커트의 달인' 이용규를 누가 어떻게 삼진으로 돌려세웠을까.
[사실 하나] 이용규도 좌투수는 껄끄러웠다
일반적인, 혹은 어느정도 뛰어난 타자에게도 .328라는 타율은 고타율이다. 하지만 이용규라면 말이 달라진다. 이용규의 올시즌 타율 .367을 감안하면 .328라는 타율은 왠지 허전함이 느껴진다. 이 성적은 올시즌 이용규가 좌완을 상대로 기록한 타율이다. 반면 우투수를 상대로는 .386라는 놀라운 타율을 보였다.
엄청난 시즌을 치르고 있는 이용규지만 좌타자로서 좌투수는 아무래도 껄끄러운 존재였다. 이러한 양상은 삼진에서도 나타났다. 올시즌 이용규가 당한 21개 삼진 중 좌완투수를 상대로 기록한 것은 9개. 절대적인 숫자로는 우투수의 12개에 못미친다. 하지만 우투수를 상대로 234타석에, 좌투수를 상대로 76타석에 들어선 것을 감안하면 비율적으로 좌투수에게 훨씬 많이 당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둘] LG-한화 투수들이 가장 많이 뽑아냈다
그렇다면 이용규의 소속팀 KIA를 제외한 7개팀 중 어느팀이 이용규를 상대로 가장 많은 삼진을 뽑아냈을까. 물론 상대팀과의 경기수가 달라 같은 선상에서의 비교는 어렵지만 타석수를 감안했을 때 LG가 이용규에게 가장 삼진 비율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올시즌 이용규는 LG 투수들과 52차례 대결했다. 그 중 7차례나 삼진을 당했다. 실제로도 이용규는 LG를 상대로 타율 .333를 기록해 삼성(.200)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상대팀 타율을 올렸다.
LG 투수들 중 레다메스 리즈가 이용규를 상대로 2차례 삼진을 솎아냈다. 이용규를 상대로 우투수 중 2개 이상 삼진을 뽑아낸 투수는 리즈가 유일하다. 이 밖에 최성민, 임찬규, 주키치, 이대환, 심수창이 삼진을 잡아냈다. 한화 역시 이용규로부터 삼진 7개를 뺏어냈지만 타석수가 78차례로 LG에 비해 훨씬 많았다.
이용규가 39차례 맞서 타율 .200에 불과했던 삼성 투수를 상대로는 39번 맞서 3차례 삼진을 당했다. 반면 두산 투수에게는 43타석동안 단 한 개 삼진도 기록하지 않았다. 이 밖에 롯데를 상대로는 40타석에서, 넥센 투수들에게는 39타석에서 삼진을 1개씩 기록했으며 SK에게는 2번 삼진으로 물러났다.
[사실 셋] 박정진, 아무도 못막을 것 같던 이용규잡는 킬러
올시즌 삼성과 선두 경쟁을 펼치며 순항하고 있는 KIA지만 한화만 만나면 매번 어려움을 겪는다. 상대전적만 봐도 8승 8패로 호각세다. 1위와 7위팀간의 맞대결 성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이용규도 마찬가지다. 올시즌 활약상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투수에게도 쉽게 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이용규지만 이 선수만 만나면 매번 고개를 떨궜다. 한화 불펜 에이스 박정진이 주인공이다.
박정진은 올시즌 이용규가 기록한 21개 삼진 중 4번을 자신의 손으로 수확했다. 그렇다고 상대 횟수가 엄청 많은 것도 아니었다. 6번 만나 4번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나머지 두 차례도 범타였다.
그렇다고 이용규가 호락호락하게 당한 것은 아니다. 개막 직후인 4월 6일 경기에서는 삼구삼진으로 쉽사리 물러났지만 나머지 두 차례는 그렇지 않았다. 6월 16일 경기에서는 8구만에, 7월 2일에는 9구만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어쨌든 최종 승자는 박정진이었다.
박정진과 리즈를 제외하고는 올시즌 이용규를 상대로 2개 이상 삼진을 기록한 투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사실 넷] 풀카운트 삼진에서 드러나는 이용규의 대단함
삼진이라는 '그늘' 속에서도 2011년 이용규의 대단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올시즌 이용규의 헛스윙 삼진과 루킹 삼진 비율은 12:9로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하지만 허벅지 부상을 입기 전에 기록한 4차례 삼진은 모두 헛스윙 삼진인데 비해 그 이후 17개 삼진 중에는 오히려 루킹 삼진이 많아 날이 갈수록 커트 실력이 일취월장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이용규의 올시즌 21개 삼진 중 풀카운트 상황에서 당한 삼진은 6개다. 그 중 루킹 삼진이 무려 5개다. 시즌 삼진 비율에서는 헛스윙 삼진이 많지만 풀카운트만으로 좁혔을 때는 루킹 삼진 비율이 압도적이다.
이는 이용규가 공을 못 맞힌 것이 아닌 이용규가 생각한 스트라이크와 주심이 생각한 스트라이크가 달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떤 공이든 커트해내는 이용규가 구종이나 코스에 허를 찔려 배트를 내지 못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비록 5번의 잘못된 판단이 있기도 했지만 이용규는 풀카운트에서 16개의 볼넷을 골라내 삼진보다 훨씬 많은 개수를 기록했다.
▲ 누가누가 이용규에게 삼진 뺏어냈나
LG 52타석-7개 (리즈 2개, 최성민, 임찬규, 주키치, 이대환, 심수창)
한화 78타석-7개 (박정진 4개, 바티스타, 최진호, 양훈)
삼성 39타석-3개 (차우찬, 배영수, 정인욱)
SK 24타석-2개 (김광현, 매그레인)
롯데 40타석-1개 (김사율)
넥센 39타석-1개 (오재영)
두산 43타석-0개
[사진='커트의 달인' KIA 이용규]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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