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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방송을 진행할 때 변수가 생기는 것은 생방송 5분 전까지 일어나? 그러면 리허설은 왜 하나?”
KBS가 아이돌 그룹 JYJ 출연 취소와 관련해 공식 해명 입장을 표했다. 하지만 이 해명 자체가 이전 방송 환경과 비교해서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KBS는 28일 한 네티즌의 요청에 "당초 JYJ는 20일 KBS 제주방송총국이 제작 방송한 5원 연결 특별 생방송 '도전! 세계7대자연경관 여기는 제주입니다'에 출연하기로 했으나, 제작진의 판단으로 출연이 취소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 이유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섭외를 추진했던 소녀시대와 f(x)측으로부터 스케줄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7월 15일 저녁에 받았기 때문이다"라며 "현재 유럽까지 진출해 있는 소녀시대와 f(x)가 제주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KBS는 "섭외와 출연진 확정은 제작PD의 고유 권한이며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어떤 출연자가 더 효과적이겠느냐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방송을 진행할 때 변수가 생기는 것은 생방송 5분 전까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JYJ가 홍보대사로 활동을 해왔지만 소녀시대와 f(x)가 더 효과적이라는 해명은 그들만의 사정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회비용 문제 또한 KBS와 SM 그리고 JYJ 소속사 간의 복잡한 관계일 뿐이다.
하지만 KBS가 이어 밝힌 섭외와 출연진 확정에 대한 고유권한 부분은 지금까지 방송 시스템에 비춰 본다면 수긍이 가지 않는다. KBS를 비롯한 방송사들이 가요 프로그램 등의 행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를 가수들은 잘 알기 때문이다.
현재 가수들이 출연하는 생방송 가요프로그램은 지상파 3사에서 진행 중이다. KBS 2TV ‘뮤직 뱅크’를 비롯해 MBC ‘쇼!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이 그것이다.
가수들이 이들 지상파 가요프로그램에 노출되는 시간은 길어도 3분 남짓하다. 하지만 이 3분 출연을 위해 가수들은 짧게는 반나절, 혹은 하루를 보낸다. 그 이유는 방송사의 메커니즘 때문이다.
일반적인 생방송 가요프로그램의 경우 혹시 모를 사고를 막기 위해 수차례의 리허설을 진행한다. 오후 6시 대에 방송되는 ‘뮤직뱅크’를 예로 들면 두 차례의 큰 리허설이 사전에 진행된다. 먼저 가수들은 오전 혹은 이른 오후에 방송사에 도착해 드라이 리허설을 진행한다. 드라이 리허설은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 리허설로 사전에 출연자의 동선과 카메라 위치 등을 잡는데 사용된다.
이어 오후가 되면 사전 녹화를 진행할 가수들의 녹화와 조명과 카메라 등을 사전에 체크하기 위한 카메라 리허설이 진행된다. 이렇게 소요되는 시간은 한 가수당 길어도 10분 내외지만 많은 팀들이 출연하다 보니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
방송 당일 뿐만이 아니다 가수들은 단 한번의 출연 기회를 잡기 위해 길게는 2개월 전부터 제작진에게 출연 요청을 하고, 생방송 당일을 위해 모든 일정을 포기한다.
생방송은 단어처럼 '날 것'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날 것'을 위해 녹화 방송 보다 몇 배 더 치밀한 계산과 연습 속에 만들어 진다.
하물며 수 많은 관객들이 운집하는 '5원 연결 특별 생방송 '도전! 세계7대자연경관 여기는 제주입니다'는 몇 배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KBS는 “섭외와 출연진 확정은 제작진의 권한이며 생방송 5분 전에도 변수는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다소 문장에 간격을 둬서 직접적으로 “출연진을 생방송 5분전에도 교체할 수 있다”고 명기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같은 맥락으로 분석할 수 있다.
물론, 더 좋은 프로그램을 위해서 출연진을 교체할 수 있다는 KBS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 더 좋은 방송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것은 방송사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섭외에 대한 부분은 다르다. 방송의 질을 위해 희생되는 가수는 한명일 지라도 수 많은 관계자와 이 가수를 사랑하는 팬들은 그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있다.
KBS가 밝힌 것 처럼 ‘더 좋은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면 JYJ의 사전 출연 고지는 왜 한 것인가? 진정 프로그램을 생각한다면 사전에 면밀히 출연진 섭외를 진행해서 최적의 라인업을 찾아내는 것이 진정 능력 있는 제작진이고 연출자일 것이다.
이번 JYJ관련해 KBS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가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그 섭외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KBS의 5분 발언은 “출연여부는 방송사 마음이다”고 공지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방송가에 만연해 있던 방송사는 ‘갑’이라는 생각을 스스로 드러낸 것일 뿐이다.
[사진 = JYJ]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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