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데뷔전 아쉬움을 씻는 쾌투였다.
SK 외국인 우완 브라이언 고든이 한국 무대에서 첫 승을 거뒀다. 고든은 29일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동안 3실점하며 팀의 8-4 승리에 일조했다. 비록 이날 경기 이닝수와 실점수는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와 딱 들어맞는 성적이었지만 실제 내용은 이를 뛰어 넘었다.
▲ 한화와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 호투
고든은 SK가 짐 매그레인을 퇴출시키고 야심차게 영입한 투수다. 하지만 첫 등판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17일 문학 한화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4이닝 3피안타 4실점을 기록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번 승리가 의미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흔히 생소한 투수와 타자끼리의 대결에서는 투수가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고든은 이날이 한국에서 두 번째 등판이기도 했지만 한화와의 두 번째 대결이기도 했다. 때문에 생소한 고든일지라도 한화 타자들은 고든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을 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첫 등판에서 어느 정도 공략을 당한 상황. 그럼에도 고든은 같은 팀, 같은 상대 선발(양훈)과의 맞대결에서 지난 경기 패배를 되갚았다. 지난 경기에서 3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뒤 4회 들어 급격히 무너지며 4실점한 그였지만 이번에는 이같은 악몽을 재현하지 않았다. 같은 1승 1패라 하더라도 첫 등판에서 호투 뒤 다음 등판에 무너진 것보다 희망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고든은 이날 6회까지 상대 타선을 단 2안타로 막았다. 지난 경기 1개에 불과했던 탈삼진도 148km에 이르는 직구와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9개나 잡아냈다. 9개의 탈삼진 중 직구 5개, 커브가 4개였으며 그 중 헛스윙 삼진이 8개나 됐다. 지난 경기보다 직구 힘이 생기자 변화구의 위력도 배가 된 결과였다.
▲ 글로버 부진, 김광현-송은범 부재 속에 선발진 희망
고든을 영입할 당시 SK는 그가 게리 글로버와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했다. 고든에 대한 물음표는 있었지만 한국에서 3번째 시즌인 글로버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버의 모습은 팀의 기대와는 조금 벗어나 있다. 김광현과 송은범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발 마운드를 이끌었던 글로버지만 최근 4차례 선발 등판에서는 6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가 단 한 번 뿐이다. SK 특유의 빠른 투수교체보다는 글로버의 투구내용이 문제였다. 글로버는 이전 15경기에서는 11차례나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이닝이터 역할을 충실히 했다.
5일 문학 삼성전에서 그는 5회까지 115개의 공을 던졌다. 5회까지 탈삼진 8개, 볼넷 6개로 고효준이 빙의된 듯한 투구를 보이기도 했다. 비로 인해 노게임이 선언된 10일 롯데전에서도 2회 투구에서 탈삼진 3개, 볼넷 3개라는 극과 극 결과를 내기도 했다. 경기가 취소되기 이전인 3회 1아웃까지 3피안타 4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도 이닝당 20개가 훌쩍 넘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는 7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부활하는 듯 했지만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28일 사직 롯데전에서 5이닝 7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다. 후속투수가 주자를 불러들였다면 실점이 6점까지 늘어날 뻔했다.
김광현이 우여곡절을 겪고 있으며 송은범이 불펜으로 간 상황에서 글로버까지 주춤한 상태. 만약 고든마저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부진했다면 SK로서는 대책이 없었다. 최근 이영욱과 엄정욱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언제까지 이어질 지 확신이 안서는 상황에서 고든의 이날 호투는 SK에게 단비였다.
SK에게도, 고든에게도 이날 경기는 다른 때보다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 1승이었다.
[데뷔 첫 승을 올린 SK 고든.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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