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김상하 일본엿보기] 타카오카 소스케 사건으로 알아보는 ‘네토우요’
8월8일은 후지테레비를 보지 않는 날?
타카오카 소스케 사건으로 알아보는 ‘네토우요’
얼마 전 여배우 미야자키 아오이의 남편이자 영화 <박치기>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타카오카 소스케’가 트위터에 한류붐과 후지테레비를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것이 논란이 되어 결국 소속사인 ‘스타더스트 프로모션’으로부터 사실상 해고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일본에서도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데, 한국에서 보도되고 느끼는 것과는 사건의 배경이나 경중에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다.
이번 타카오카 소스케의 트위터 발언은 사실 일본 최대의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인 니챤네루(2ch)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문구들을 그대로 카피&페이스트해서 붙여 놓은 것 같은 문장이라 필자는 상당히 폭소했는데, 평상시 타카오카 소스케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가 눈에 선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대표적인 혐한 사이트인 노모어코리아(www.nomorekorea.com) 에서는 8월8일을 “후지테레비를 보지 않는 날”로 정하고 함께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8월8일은 후지테레비는 보지 않는 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이 사이트는 가끔 ‘내부고발’이라는 것들도 올리는데, 7월30일에는 후지테레비 내부 직원 고발이라면서 올라온 글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내용) フジテレビは内部で戦っています。
ホリエモン買収対応で、ソフトバンク系SBIに助けてもらったので、朝鮮系グループが 経営側でチカラを出してきましたが、報道部はサンケイ新聞とともに、朝鮮系グループに喧嘩を売って戦ってます
どうかみなさんの応援で助けて下さい。
朝鮮系グループのしつこさとえげつなさには、正攻法では戦えないです。
テレビ側が言うのはおかしですが、ネットで話を盛り上げて助けて下さい。
盛り上がれば多くの芸能時の人の耳にも入り、さらに話が大きくなると思います。
日本のメディアは瀕死状態です。 助けて下さい。行動を起こして下さい。
応援お願いします。
(번역)후지테레비는 내부에서 전쟁중입니다.
호리에몽(전 라이브도어 사장) 매수대응으로 소프트뱅크계 SBI의 도움을 받아서 조선계 그룹이 운영측에 힘을 넣고 있었지만, 보도부는 산케이 신문과 함께 조선계 그룹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제발 여러분의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조선계 그룹의 노골적인 집요함에 정공법으로는 싸울 수 없습니다.
테레비측이 말하는건 이상해보이겠지만, 인터넷에서 이야기해서 분위기를 띄워주세요.
분위기만 형성되면 많은 연예관계자의 귀에 들어가 더욱 이야기는 확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미디어는 빈사상태입니다. 도와주십시오. 행동을 일으켜주십시오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글의 내용만 봐도 알겠지만, 이건 후지테레비 직원이 내부고발한 내용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후지테레비 내부 직원의 고발이라면서 떠돌아다니는 글을 퍼다 올린 것에 불과하다. 왜냐면 이 글을 소개한 바로 밑에 사이트 운영자 스스로가 이런 글을 덧붙여놨다.
(내용) 出回っているツイートはどうやら本人ではない人が転載したものとのことですが、ここに書かれたことが事実だとしたら日本のメディアは私たちが思っている以上に危機的状況のようですね。
(번역) 돌아다니고 있는 트위트는 아무래도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전재한 것입니다만, 여기에 써 있는 내용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일본의 미디어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기적 상황인 것 같군요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일본의 개인 블로그로 널리 쓰이는 워드프레스는 시스템상 글 리스트에서는 글 전문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보이게 할 수 있는데, 그 일부만 보이는 내용을 얼마든지 편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이트는 당연히 리스트에는 아래에 덧붙인 글(본인이 쓴 글은 아니고 그냥 떠돌아다니는 글이다는 내용)은 안 보이게 하고, 저 내부고발이라고 떠돌아다니는 글만 보이게 해서 수많은 이들을 낚는 것이다.
일본의 인터넷상에는 이런 부류의 인간들이 상당히 많은데, 일본 내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통틀어서 부르는 신조어로 ‘네토우요(ネトウヨ)’라는 것이 있다. ‘인터넷(インターネット)’의 ‘넷(ネット)’과 ‘우익(右翼)’의 우요쿠에서 ‘우요(ウヨ)’만 따서 합성한 말로 ‘인터넷 우익’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 ‘네토우요’라는 말은 굉장히 강한 비아냥이 섞여 있는, 사람을 무시하는 일종의 욕에 가까운 단어다. 그래서 네토우요들조차도 자신들을 네토우요라고 부르면 매우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
네토우요는 블로그나 니챤네루 같은 곳에 가면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네토우요들은 혐오의 대상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우익’은 곧 극단적인 우익 집단 그자체를 의미하며, 일본인들의 인식 속에는 시부야역이나 신주쿠역 앞에서 시끄럽게 확성기 틀어 놓고 정치 선전이나 하며 민폐를 끼치는 바보들 정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네토우요의 행동들은 그다지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확실히 최근들어서 지나친 한류붐으로 인해 네토우요들의 선전이 예전보다는 조금 더 먹혀들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는 한다. 아마 타카오카 소스케도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이런 네토우요들의 글을 보고 현혹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네토우요를 싫어하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민폐가 심하기 때문이고,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로는 네토우요들이 하는 말이나 여러 주장들에 너무 근거가 희박하고 상식적이지 않은 이야기만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최근 니챤네루의 음악 관련 게시판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네토우요의 주장이 “카라나 소녀시대의 판매량은 대부분이 자국민이 사서 한국으로 역수출되는 물량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K-POP에 조금만 관심을 갖게 되어도 아주 쉽게 한국인과의 교류회 같은 모임에 참석할 수 있고, 그런 곳에 나가게 되면 한국의 음반 시장 사정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한국에서 CD가 얼마나 안 팔리는지, 최고의 인기 가수라는 소녀시대나 카라의 한국 내 CD 판매량이 얼마나 처참한지도 알게 된다. 그런 배경지식을 갖고 위의 네토우요의 주장을 보면 상식적으로 너무 논리가 안 맞기 때문에 일본인이 봐도 웃음밖에 안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TV에서도 K-POP 스타들이 일본으로 자꾸 진출하는 이유를 한국 자국내 음반 시장 붕괴에 의한 것이라고 계속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저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글을 한 번만 쓰면 괜찮은데, 네토우요들은 저런 글을 게시판에 계속 도배를 해서 정상적인 정보 취득을 방해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K-POP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정보를 교류하려고 하면 반드시 “너는 총(한국인을 비하하는 용어)이구나!”라며 싸움을 건다.
요즘은 저 K-POP의 자국인 구입 후 역수출 주장이 먹히지 않게 되자 “한국은 정부에서 한류를 육성하기 위해서 정부 지원금을 주는데, 이 돈으로 소속사가 CD를 대량으로 산 뒤에 폐기처분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SM 등의 연예기획사가 상장회사이기 때문에 그런 짓을 하면 회계상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이것 이외에도 “K-POP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유튜브 동영상이 조회수는 1000만을 넘는데 커멘트가 1개 뿐이다. 조회수 위조다!”라는 주장이 한동안 돌아다녔는데, 직접 유튜브의 해당 동영상 페이지를 들어가보면 ‘커멘트 금지’로 설정되어 있고 1개 올라온 커멘트는 설정 전에 올라온 스팸 커멘트라는 걸 알 수 있다.
올 초에는 ‘중국의 1엔 주화 침략’이 화제가 되어 네토우요들의 사이트를 중심으로 크게 퍼져나가면서 일부 뉴스 사이트에까지 게재가 된 일이 있었다. 중국이 일본경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1엔짜리 동전을 잔뜩 수집해서 그 동전을 전부 녹여 알루미늄으로 되팔아서 큰 돈을 벌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은 1월에 방송되었던 한 TV 정보 프로그램에서 1엔 동전의 원가가 2.7엔으로 주화 가치의 2.7배나 된다고 소개한데서 비롯된다. 일본은 소비세 5% 제도 때문에 엄청난 양의 1엔 주화가 유통되고 있는데, 이 1엔 주화가 줄어들면 일본 경제 순환에 크게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알루미늄의 가격은 순도 100%의 알루미늄이 2010년 기준으로 1kg에 262.3엔에 불과하다. 1엔 동전이 정확하게 1g이기 때문에 1kg이면 1000엔분의 1엔 동전인데, 이것을 전부 녹여서 팔아도 262.3엔밖에 못 받는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녹이는데도 비용이 들고, 동전을 모으는데도 비용이 든다. 그러니까 동전을 만드는데 2.7엔이 드는 것이지 1엔에 쓰인 알루미늄의 원가는 0.26엔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니 일본에 장기 체류하고 있는 중국인 브로커가 1엔 주화를 긁어 모아서 알루미늄 원료로 만들어 중국으로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는 허무맹랑하기 그지 없는 유치한 발상인 것이다.
뭐 대개가 이런 수준이다.
사실 일본의 네토우요는 그다지 집요하지도 않고, 지능적이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고, 인내력이 뛰어나지도 않다. 그냥 한국의 네이버에 올라온 뉴스에 악플을 도배하는 그런 사람들과 수준이 비슷하다. 다만, 일본은 민감한 뉴스에는 아예 리플을 못 달게 막아 놓은데다가 대부분의 뉴스 사이트가 아예 리플을 다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어딘가 그럴싸한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자기 주장을 펼칠 뿐이다.
원래 네토우요들의 타깃은 4~5년 전만 해도 주로 재일조선인과 부락민들이었다. 가장 흔하게 올라오는 주장이 나마뽀(생활보호대상자 지원금만을 받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용어)의 80%가 재일조선인이고, 재일조선인은 세금을 한푼도 안 내도록 법이 만들어져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최근의 네토우요의 타깃을 명확하게 한류붐에 집중되어 있다. 그것은 그만큼 일본 내에서 한류가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인기가 있으면 반발이 있기 마련이다. 일본은 적어도 인터넷 상에서는 100% 익명이 보장되고 무엇이든 주장할 수 있는 완전한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니까 말이다.
김상하[프리라이터]
(김상하 씨는 현재 일본 도쿄에 거주중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일본서브컬쳐 정보를 발신하는 파워블로거입니다)
김상하 씨 블로그: http://blog.daum.net/kori2sal/6235775
마이데일리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