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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스피드스케이팅 감독 제갈성렬이 한 소녀와의 감동적인 사연을 소개하며 눈물을 보였다.
제갈성렬은 2일 오후 방송된 SBS ‘강심장’에서 “15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 때를 회상하며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서 한 소녀와 얽힌 사연을 밝혔다.
1996년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생활 10년 만에 아시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제갈성렬은 대회가 채 끝나기 전에 월드컵 대회 참가를 위해 미국 미네소타로 향했다.
제갈성렬은 “그 곳 공항에 지극히 나이가 드신 아저씨 한 분이 나와 있었다. 그 분은 미네소타주에 있는 제일 큰 병원의 의사선생님이었다. 그 분이 ‘이 곳에서 홀로 발레리나를 꿈꾸며 공부와 훈련을 해온 고등학교 1학년의 한국 소녀가 밤 늦게까지 훈련을 하고 나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네가 그 소녀한테 가서 좀 힘을 줘라’고 부탁했다”며 소녀와의 만남이 성사된 배경을 밝혔다.
제갈성렬은 “병원에 소녀는 누워있었다. 날 보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벽 쪽으로 고개를 돌려 외면하더라. 소녀는 자기의 꿈을 갖고 여기 와서 열심히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상황이라 모든 것을 비관하고 좌절한 상태였다. 밥도 안 먹고 재활도 안하고 아예 다 포기한 상태로 사람도 만나기 싫어했다. 차디찬 얼음보다 더 차가운 표정을 갖고 있었다”고 소녀의 첫인상을 설명했다.
제갈성렬은 소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저도 94년 노르웨이 올림픽에 나가기 한달 반 전에 넘어져서 복숭아뼈가 6조각이 나고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올림픽만 보고 매진했는데 갑자기 사고를 당해 순간 모든 꿈이 사라졌고 제가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 소녀도 똑같은 상황일거라 생각했다. 그걸 짧게 설명해줬다”고 전했다.
제갈성렬은 “당시 전문가들은 제 선수생활이 끝났다고 판정을 내렸지만 부모님을 봐서 일어나야겠다고 마음 먹어 병원에서도 운동을 했다. 그렇게 기적적으로 올림픽을 나갔고 중위권을 했다. 다리의 고통을 참으려고 입술을 깨물고 스케이트를 탔다. 끝나고 나니 입술에 구멍이 나 있었다. 그러한 고통을 참고 견뎠고, 비록 메달은 못 땄지만 제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은 게 금메달보다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얘기를 그 소녀에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녀의 마음은 열리지 않았다. 그는 “근데도 소녀는 절 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너를 위해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테니까 이 약속을 지키면 너도 힘을 내서 다시 네 꿈을 위해 나가라’고 저 혼자 소녀에게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고 전했다.
당시 제갈성렬이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1000m 대회가 열린 경기장은 바람이 많이 불고 얼음판이 단단해 아시아 선수에겐 더 어렵기로 유명한 경기장이었고, 실력있는 선수들이 뒷 조에 편성되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20개의 조 중 6번째 조로 대회에 참가한 제갈성렬이 메달을 따는 것은 확률 0%에 가까웠다. 이날 함께 출연한 후배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이규혁은 “6조는 대회에 참가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수준”이라며 당시의 어려운 상황을 대신 전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자신의 베스트 기록이 나온 제갈성렬은 19조까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기록 1위를 유지했다. 동메달 확보인 상황. 마지막 20조의 두 선수가 초반 뛰어난 기록으로 스케이트를 타다가, 갑자기 강하게 분 바람에 영향을 받아 제대로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 그렇게 제갈성렬은 기적적으로 금메달을 안았다.
제갈성렬은 “전광판을 보는 순간 믿기지 않았다. 난 ‘약속을 지켰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면서 “게다가 500m에서 또 금메달을 따 2관왕을 안았다”고 거듭된 기적을 전했다.
소녀와의 약속을 지킨 제갈성렬은 다음날 교민회관 행사에서 소녀를 재회했다. 그는 "제가 앞 쪽에 앉아있는데 뒷문에 소녀가 나타났다. 소녀는 목발을 집은 채 옆의 도움을 안 받고 25m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 저한테 왔다. 힘들게 와서 제 옆에 쓰러지다시피 앉았다. 그리고 ‘오빠 고마워요. 저도 약속을 지켰어요. 열심히 치료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약속드릴게요’라고 하더라. 소녀와 같이 부둥켜 안고 울었다”면서 감동적인 당시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제 생애에 잊지 못할 약속이다. 그 친구는 제 도움을 받았다지만, 그 약속으로 저도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그 친구한테 지금 다시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제갈성렬의 감동 사연에 ‘강심장’ MC 이승기와 김효진 등의 출연진은 함께 눈물을 보이며 이후 소녀의 소식을 궁금해 했다.
제갈성렬은 “그 소녀는 열심히 재활하고 한국에 돌아갔다는데 그 이후 소식이 끊겼다. ‘TV는 사랑을 싣고’에도 의뢰했는데 찾지 못했다. 지금은 연락이 끊긴 상태”라며 소녀와 꼭 재회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 SBS 방송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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