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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MBC 월화사극 '계백'에서 사택비 역을 맡은 오연수가 '선덕여왕' 미실 고현정과 비교되고 있다. 배역 특성상 이러한 시각은 극 후반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계백'은 방영 전부터 MBC 사극의 전통을 잇는 사극으로 홍보됐다. '주몽' '선덕여왕'을 연출한 김근홍PD가 가세했고 이서진을 앞세운 화려한 캐스팅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했다. 정치적 야망을 가진 사택비(오연수 분)와 그의 심복 귀운(안길강 분) 등 인물관계까지 '선덕여왕'과 닮아있다.
회차 최고 시청률 43.6%를 기록한 '선덕여왕'. 당시 시청자들을 TV앞에 앉힌 장본인은 선덕여왕 이요원이 아니었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사람은 미실 고현정이었다. 그녀의 카리스마와 매력에 시청자들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착한 선덕여왕은 드라마의 명분을 세우기 위해 존재할 뿐이었다.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당시 미실의 최후 장면은 순간 시청률 49.9%를 기록했다.
시청자들은 MBC 명품사극의 명맥이라는 말을 듣자 마자 '선덕여왕'을 떠올렸고 '계백'을 보며 미실 고현정을 찾았다. 극 초반 왕과 대립하며 음모를 꾸미고 야욕을 드러내는 오연수의 모습은 실제 미실의 그것과 닮아있다. 결국 시청자들의 관심은 오연수에게 쏠렸다. 고현정이 그랬듯이 오연수의 카리스마를 기대했다.
뚜껑을 열었지만 오연수에게서 미실을 찾을 수 없었다. 입고 있는 옷만 비슷했을 뿐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웃고 있을 때조차 오싹함이 느껴졌던 미실의 폭발적이고 광기어린 모습은 없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대중들은 실망감을 느꼈고 오연수와 미실의 다른 점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중국 사극에서 왕후들이 눈화장을 짙게 하고 나온 것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KBS 2TV '해신'의 자미부인 역 채시라 역시 짙은 눈화장을 하고 나왔지만 이런 논란은 없었다. 오연수의 화장이 갑자기 논란이 된 것도 역시 미실에 대한 향수때문 아닐까.
오연수가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제일 처음 들은 질문은 "미실과 비교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였다. 정작 연기하는 본인은 그 누구보다 연기자로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주몽' 이후 두 번째 사극이자 비중있는 역을 맡은 오연수가 얼마나 준비하고 노력했을지는 자명하다.
이 점이 작용했을까 '계백'은 고작 4회 방영됐지만 오연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실의 거품을 걷어내고 있다. 너무나 침착하고 조용하게 특유의 가느다란 목소리로 미실의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누르고 있다. 대중들 역시 빠르게 미실을 잊고 오연수식 카리스마에 적응해가고 있다.
오연수는 오연수다. 미실을 보고 싶다면 '선덕여왕'을 다시 보는 것이 옳다. 사극의 정해진 포맷 상 캐릭터의 유사성은 나타날 수 있지만 본질은 다르다. 설사 같은 배우가 다른 배역을 연기한다해도 다르게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오연수에 대한 연기력 논란과 의구심은 결국 미실을 다시보고 싶은 시청자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연수는 지난 7월 21일 논산 건양대학교에서 진행된 '계백' 제작발표회에서 미실과 비교하는 질문에 "똑같은 역할이 아니다. 어떻게 비교하실지 모르겠지만 상황이나 연기하는 사람이 다 틀리기 때문에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우리를 즐겁게 했던 '선덕여왕' 속 미실은 가슴 속에 담아두고 새로운 드라마로서 계백'을 대할 때 미실을 보며 느꼈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연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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