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누구에게나 기회는 찾아온다. 하지만 모두가 그 기회를 잡지는 못한다.
'데뷔 10년차 포수' SK 허웅이 데뷔 첫 선발 출장 경기였던 4일 LG전에서 팀 승리에 공헌했다. 포수 자리에서는 브라이언 고든 등과 호흡을 맞추며 LG 타선을 1점으로 막았다. 타석에서도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동시에 올리며 기쁨이 두 배가 됐다.
이날 선발 출장은 갑작스레 이뤄졌다. 주전 포수 정상호가 전날 경기에서 부상을 입었기 때문. 정상호는 3일 1회 수비에서 손인호의 희생 플라이 때 홈으로 들어오던 3루 주자 이병규와 부딪히며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 때문에 4일 경기에는 출장할 수 없었다. 정상호에 이어 올시즌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최경철도 2군에 내려간지 열흘이 지나지 않아 1군 등록이 불가능했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선발 출장일수도 있었지만 허웅에게는 특별한 '첫 경험'이었다. 허웅은 부산고 졸업 후 2002년 2차 2번으로 현대에 입단했지만 지난해까지 단 한 경기도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방출에 이어 일본 독립리그 진출, 호프집 사장까지 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평범한 2군 선수였던 그는 7월 30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되는 기쁨을 누렸다. 등록 당일 프로 입단 10년 만에 1군 무대 출장을 했던 그는 이날 경기에서 드디어 선발 출장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떨릴 법도 했지만 선발 고든과 호흡을 맞춰 팀의 리드를 지켜갔다. 비록 볼배합 싸인은 모두 벤치에서 난 것이었지만 블로킹 등에서 1군 첫 선발 출장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허웅의 안정적인 리드 속에 팀은 8회까지 4-1로 앞서 갔다. 이어 8회말 공격에서 최동수의 만루홈런으로 8-1까지 달아났다. 이어진 무사 1, 2루에서 허웅이 타석에 들어섰다. 허웅은 지난 타석까지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이는 곧 1군에서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실 2군에서도 타율이 .250에 그쳤기에 벤치에서도 허웅에게는 타격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하지만 팀이 여유있게 앞서 나가자 허웅의 배트도 힘차게 돌았고 LG 중간계투 이대환의 공을 받아쳐 중전안타를 때렸다. 그 사이 2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이 동시에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한 경기일 수 있었지만 허웅에게는 모두가 특별한 첫 경험이었다. 경기 후 허웅은 "기본적인 것을 하나씩 한다는 것에 초점을 뒀으며 팀 동료들을 믿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첫 안타, 첫 타점보다는 첫 선발 출장에 이기는 경기를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자신보다는 팀을 위하는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허웅은 마지막으로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운 좋게 찾아온 기회라 하더라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곧바로 그 기회는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10년간 오랜 기다림을 했던 허웅은 찾아온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이날 경기는 10년 간의 기다림을 끝냄과 동시에 허웅이란 선수의 존재감을 알리는 첫 순간이기도 했다.
[SK 허웅.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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