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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캐스터에서 배우 안혜경이 되기까지 '나는 달린다' [배우 안혜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태풍에 집중호우까지. 이번 여름은 다른 여느해와는 달리 비가 참 잦은거 같습니다. 예전엔 비오는 날은 무척 싫어했는데 내 인생에 언제나 밝은 햇살만이 가득할거라 생각했었나봐요. 어느순간부턴 비가 오는 날도 흐린 날도 바람이 부는날도 그 다음에 뜰 밝은 태양을 위한 준비란 생각에 그런 날씨도 좋아하는 사람이 돼버렸습니다. 아니 스스로 그런 날도 나에게 넘어야할 고비라 생각하고 하루하루 힘차게 즐기고 있습니다.
인사가 늦었네요,,안녕하세요! 배우 안혜경입니다. 아직은 '방송인 안혜경'이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리지만 소박하고 절실한 바람으로는 사람들에게 배우로 불리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신인배우 안혜경입니다! 라고 제 자신을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벌써 방송에 입문한지 10년이 됐습니다. 2001년 12월 MBC기상캐스터로 입사해서 5년이란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제 인생의 황금기였고 최고의 순간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얻고자 과감히 기상캐스터란 타이틀을 버리고 연기를 배우고 싶어 프리랜서를 선언했습니다. 생각처럼 쉬운 곳은 아니란건 알았지만 휴, 참 벅찬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욕심도 꽤 많아서 드라마를 비롯해 MC, 버라이어티, 라디오 등등 문이란 문은 죄다 두드려보고 들여다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찰나 2006년 MBC '진짜진짜 좋아해'라는 주말연속극에 진경이라는 영양사 역할을 맡아서 첫 드라마를 시작했습니다.
윤여정, 장용, 최불함, 권기선, 김창완 등등 대선배님들과 함께 그리고 유진, 류진, 이민기, 제 상대역이였던 김국진씨까지 너무나 분에 넘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첫작품에 혹시나 제가 누가 될까 얼마나 노심초사 하면서 찍었던지.
그때는 연기를 하고만 싶었지 어떻게 하는건지 방법을 몰랐던거 같아요. 한 신 한 신 가르쳐주면 틀리지 않으려고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습니다. 찍고 나면 '더 잘할걸'후회하고 '감정을 좀 더 넣을걸' 하는 후회도 하고, 혹시나 NG라도 내면 다른 배우와 스태프들의 시간을 뺏는거 같아 마음졸이고 겁먹고. 지금 다시 그 작품을 한다면 정말 잘할수 있을거같단 생각이 드는 제 기억의 소중한 첫 작품이었습니다.
스스로 내가 선택한 길이라 생각했기에 잘못되면 채찍질하고. 1초, 10초전의 과거라도 후회스럽게 보내지않으려 노력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 일이 들어오지 않고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져간다는 생각이 문득 든 순간. 참 한없이 작아지는 저를 보았습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슬럼픈가 싶기도 하고, 왜 나한테만 일이 꼬이고 풀리지도 않고 자꾸만 안좋은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하고 제가 걸어온 발자욱을 무심코 뒤돌아봤는데 참 삐뚤삐뚤 하더라고요.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는 길잃은 강아지같은 하기싫은 일은 핑계를 찾고 하고 싶은 일은 방법을 찾는다고 손수 인터넷을 뒤지면 오디션 정보를 알아내고 스스로 찾아간 적도 많습니다.(다 떨어졌지만) 그래도 그런 경험이 있어야 나중에 어디 예능 나가더라도 할 말이라도 하나 더 있다고 스스로 안심했고요 낙천적으로 즐기려 노력했네요.
틈틈히 '논스톱'이나 '별순검', OCN '연애의 재구성', '과거를 묻지마세요' 등 케이블드라마나 시트콤에 카메오로 출연하며 연기의 폭을 넓히기도 했고 견문도 쌓았습니다. 참 재밌고 알차고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기자라 불리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저이기에 이 길을 계속 가야하나 고민에 꽤 많이 빠졌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2009년 연극대본을 하나를 받았습니다. 대학로에 아는 작가분이(라디오작가도 겸하고 계셨어요!) 대본을 주시며 "주미라는 역할인데 함 읽어봐. 너한테 어울릴것 같아서…"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연극을 만났습니다. '춘천거기' 대학로에서는 익히 소문난 작품이었고 김한길 연출님의 세밀한 관찰력과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이 빛을 발한 최고의 작품이라 칭해지며 무대막이 올랐어요.
저는 거기서 정말 제 스스로 무대를 즐기는 사람이 된거 같았어요..첫회에는 너무 떨어서 우황첨심환을 3알이나 먹어야했고, 암전속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다음 장면을 준비하고..매회 감정을 추스르며 극에 몰입했고, 마지막 무대엔 커튼콜이 내려지고 나서 엉엉 울었던 기억도납니다.
무대에서 MC보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내가 무대에서 연기를 하려니 덜컥 겁이 난 모양이예요. 무대울렁증이 있다는걸 그때 알았습니다.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배경과 무대였고 연기란 큰 틀은 같지만 연극속에 드라마가 들어있는 기분이어서 저는 정말 엄청난 걸 얻은 행운아라 여겼습니다.
그렇게 김한길 연출님과의 인연으로 다음해에는 '임대아파트'(지금도 대학로에서 공연중) 란 공연으로 연극페스티발 무대에서 막을 올렸고 거기서는 유까라는 일본인 역을 맡아 대사가 100% 일어였어요. 대사를 외우는데 정말 고생했어요. 부모님께서 "그렇게 고3때 공부했으면 아마 서울대 갔었을것"이라고 하시데요.
소극장이었지만 매회 관객이 빼곡히 들어섰고 때론 좌석이 모자라 입석까지. 정말 제 숨소리조차 관객의 눈에 귀에 들어간단 생각에 몰입하고 열중하고 힘내서 했던 무대였습니다..
두편의 연극을 하면서 KBS 드라마 '천하무적 이평강'에 이어 MBC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지 못한 여자' 그리고 KBS 일일드라마 '바람불어 좋은날'을 연달아 만났어요. 큰 역할은 아니였지만 때론 극에 활력소가, 때론 극적 재미를 주는 알찬 배역으로 사람들에게 서서히 연기자 안혜경, 배우 안혜경이라는 소리를 듣게 됐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작품을 할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최명길, 정은표, 최승경, 이철민, 조덕현, 박진희 선배님, 그리고 9개월간 일일극을 하면서 함께한 나문희, 김미숙, 윤미라, 권오현 선배님등등. 칭찬이든 꾸지람이든 관심이 있으니까 하시는 말씀이라 생각했기에 다 귀기울여 들으려 했고 한회 한회 거듭할수록 스스로 발전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아직은 제 이름앞에 배우란 수식어가 조금은 어설퍼도, 가꾸고 꾸미고 키워갈수 있기에 그만큼 가능성이 있는 단어이기에 저는 만족합니다. 사람들에게 더 익숙하게 이제는 '배우 안혜경입니다'라고 들릴수 있게 저는 달릴겁니다.
달리는 길에 가끔은 청순가련한 여인도, 사랑에 굶주리는 노처녀도, 일과 사랑에 고민하는 커리어우먼도, 당당한 싱글녀도, 아주아주 못된 악역도, 재벌 2세도, 옛시대에 우아한 공주도,
길가 주막에서 동동주파는 주모도, 평민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제가 한번씩 다 경험해보고 갈수있게(웃음)
이글을 쓰고 있는 이밤에도 비가 세차게 오네요. 올여름 비 피해 없도록 조심하시고요. 무더위에 건강도 챙기세요! '신인배우' 안혜경이었습니다.
안혜경은 200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방송가에 입문했다. 이후 연기자가 되기 위해 프리랜서를 선언, MC 연기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했다. 출연 작품으로는 드라마 '천하무적 이평강' '아직도 결혼하지 못한 여자' 바람불어 좋은날' 등이 있다.
[사진 = 코스타 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이데일리 DB]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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