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드디어 끝났다. LG 유니폼을 입고 시작해 넥센 유니폼으로 끝냈다.
넥센 우완투수 심수창은 9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등판, 6⅓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조금 기쁜 1승이었을 지 모르지만 그는 이날 종료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년여간 1승도 없이18연패를 기록한 끝에 올린 선발승이었기 때문.
그를 눈물 흘리게 한 18연패동안의 여정을 숫자로 살펴본다.
[5-연패 기간동안 KIA가 심수창에게 안긴 패배] 18연패 기간동안 그에게 가장 많은 패배를 안긴 팀은 어디였을까. 정답은 KIA다. 심수창은 연패 기간동안 8차례 KIA전에 등판했지만 승리 없이 5패만을 안았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7월 8일 KIA전에서는 6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강우콜드로 0-1로 패하는 바람에 패전을 떠안았다.
이어 삼성과 롯데가 4패로 그 뒤를 이었으며 이제는 자신의 팀이 된 넥센이 3패를 보탰다. SK와 한화는 1패씩을 안겼다. 반면 두산전에는 4경기(1선발) 등판해 1패도 하지 않았으며 오랫동안 자신이 몸 담았던 LG전 역시 아직 등판이 없어 그 기간동안 패전 기록이 없다.
[7-퀄리티 스타트 횟수] 선발투수에게 승리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퀄리티 스타트다.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해야만 주어지는 퀄리티 스타트는 선발이 얼마나 제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척도다.
그렇다면 심수창의 18연패 기간동안 퀄리티 스타트 횟수는 몇 번이었을까. 정답은 7번이다. 그 중 5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심수창의 연패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8-연속경기 패배] 패배, 패배, 또 패배…. 그야말로 쉴 새 없이 패전투수가 됐다. 심수창은 18연패 시작 당시 놀라울 정도로 패배를 쌓아 나갔다. 2009년 6월 26일 문학 SK전부터 2010년 3월 28일 대구 삼성전까지 8경기에서 단 한 차례의 승패없음도 없이 모두 패전의 멍에를 썼다.
7⅔이닝 3실점으로 호투해도, 3이닝 7실점으로 부진해도 어김없이 그에게는 '패전투수'라는 타이틀이 돌아왔다. 이후에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3경기 연속 등판 패배가 최다다.
[16-기존 최다 연패 기록] 심수창은 18연패를 당하며 한국 프로야구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개인 최다 연패 기록을 세우게 된 것. 기존에는 김종석(당시 롯데)이 1987년 4월 19일 사직 삼성전부터 1991년 8월 17일 사직 태평양전까지 기록한 16연패가 최다였다.
심수창은 7월 19일과 21일 목동 넥센전에서 구원 투수로 등판해 연이어 패전투수가 되며 이를 가뿐히(?) 넘어섰다. 다행히 미국과 일본의 신기록에는 미치지 않은 가운데 연패에서 벗어나는 기쁨을 누렸다. 미국은 앤서니 영이 기록한 27연패, 일본은 곤도 마사토시가 기록한 28연패가 최다 연패다. 이들에 비하면 심수창의 기록은 준수한 편이다.
[39-연패 기간 동안 등판한 경기수] 18연패동안 심수창은 39경기에 나섰다. 25경기에는 선발투수로, 14경기에는 중간계투로 마운드에 올랐다. 18연패 중 3패는 중간계투로 나서 패한 것이었다.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서나, 중간계투로 등판했을 때나 팀과 자신의 승리를 위해 노력했지만 대부분은 패전이란 결과로 돌아왔다.
[786-또 다른 1승을 위한 기간] 2009년 6월 14일 잠실 SK전 이후 1승을 추가하기 위해 걸린 시간이다. 786일이란 시간은 2년을 훌쩍 넘는 시간이다. 9일 사직 롯데전 종료 후 흘린 심수창의 눈물이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는 경기 후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1승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며 "'최선을 다해도 1승을 올리기 힘들구나', '나에게는 왜 이렇게 1승이 어려운가'라고 생각했다. 1승이란 제 2의 야구인생의 시작인 것 같다"고 밝혔다. 경기 후 김시진 감독은 "그동안의 모든 안 좋은 기억들을 떨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좋은 일만 계속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수창과 김 감독의 말처럼 786일이란 시간은 심수창의 이어지는 야구 인생에 자양분으로 작용할 것이다.
[18연패를 끊은 넥센 심수창.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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