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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도무지 할말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무리 '생방송 드라마' 시스템이라지만 주연배우의 촬영 거부로 인해 스페셜 방송을 한 적은 없었다. 바로 KBS 2TV 월화드라마 '스파이 명월' 이야기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이 일은 주연배우 한예슬로 인해 비롯됐다.
사실 터질것이 터진것이다. 드라마 3회가 방송되기 전, 한 제작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런식으면 3회가 제대로 나갈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발을 동동 굴렸다. 우여곡절 속에 방송은 정상적으로 나갔지만 그 후에도 '한예슬 다독이기'는 계속됐다.
신인도 아닌, '주연배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배우가, '알만한 사람'이 촬영 시간이 길다고 촬영을 거부한다는 것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를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스파이 명월' 제작발표 현장에서 기자는 한예슬에게 "어찌보면 첫 타이틀 롤인데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을 던졌다. 한예슬은 방긋 웃어보이며 "주연이라는 타이틀이 중요한것이 아니다. 어떤 역할이든 감독님과 작가님이 나를 믿고 준 배역이기 때문에 모두 소중하고 같은 마음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이랬던 한예슬이 촬영 거부라니.
최근 주연은 아니지만 주연 못지않은 연기력으로 '명품배우'라는 호칭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들이 있다. 이 사람들이야 말로 배역과 상관없이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 내고 있다. 이런 배우들을 보며 한예슬은 느낀바가 없을까.
한예슬의 촬영 거부는 비단 그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스파이 명월'에는 한예슬을 비롯해 에릭, 이진욱, 장희진, 이켠 등 여러 배우들이 등장한다. 이중에는 에릭과 이진욱처럼 군 전역 후 복귀작으로 이 드라마를 선택해 남다른 각오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
한 제작 관계자는 "한예슬씨가 자신의 분량이 많아 힘들어 하자 에릭씨가 모든 일정을 한예슬씨 위주로 맞춰주며 배려를 아끼기 않고 있다. 중간에 긴 대기 시간을 만들어 가면서도 한예슬씨 위주로 힘들게 촬영을 해 주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드라마에 출연하는 중견배우 조형기는 한예슬이 현장을 이탈하자 "돌아올 것이다"고 스태프들을 다독이며 2시간이 넘는 대기시간을 견뎌냈다고 한다. 이런 주변 배우들의 노력은 한예슬에게 하찮은 것이었을까. 그의 생각을 알 순 없지만, 또 현재 국내에 있는지 해외에 있는지 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주변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5일 방송은 스페셜 방송으로 대처되고 말았다.
이켠은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매일 매일이 엄청나네요. 엄청난 현장에 있는 저로서는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저는 오늘 8시간 대기하다가 이렇게 하루가 날아가네요.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걱정입니다. 엉엉"이란 글을 게재하면서 한예슬 촬영거부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제작 현장이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들다면 촬영 거부에 들어갈 수도 있다. 주변에서, 제 3자가 보는 괴로움과 본인이 직접 느끼는 괴로움의 크기는 다를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한예슬에게 정말 잠적할만큼 힘들었는지 묻고 싶다.
다른 배우들의, 스태프들의 노력과 믿음을 헛되게 만들만큼 힘들었는지. 또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깨트릴만큼 힘들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본인 스스로에게 "정말 최선을 다 했어"라고 말해 줄 수 있는지. 마지막으로 '주연배우'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은지 말이다.
[한예슬.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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