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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주영 기자] "러시아에서는 모든 부분에서 선수를 위해주니까 현수가 그런 부분에서 마음이 기울어진 것 같다."
안현수(26)의 아버지 안기원씨(54)가 입을 열었다.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였던 안현수가 결국 러시아 국적을 선택한 가운데 아들의 말 못할 사정을 털어놨다.
러시아 현지 언론은 16일(한국시각) 러시아빙상연맹이 러시아 정부측에 안현수의 시민권을 신청했다는 소식을 앞다퉈 보도했다. 러시아빙상연맹 측은 안현수의 시민권이 나오는 대로 러시아국가대표로 뛰기 위해 빙상연맹에 가입시킬 것이라고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안기원씨는 17일 마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수가 현재 이태리에서 러시아 대표팀과 같이 훈련 중이다. 문자로 연맹이 시민권 신청을 한 것에 대해 현수가 동의했다고 말하더라"고 이를 시인했다.
그는 "어차피 한국에 와도 자기한테 그동안 해온 것을 보면 막다른 선택이었을 것이다"며 "러시아에서는 모든 부분에서 선수를 위해주니까 현수가 그런 부분에서 마음이 기울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기원씨는 처음 러시아에 갔었을 때 러시아빙상회장에게 이런 의사를 전달받았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 현수와 함께 러시아에 갔었을 때 러시아빙상회장이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현수가 러시아 대표로 뛰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었다"며 "그때는 한 번 생각해보겠다고만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달 뒤 안현수는 러시아빙상연맹과 다시 면담을 가졌고, 그 자리에서 직접적인 제안이 있었다. 안기원씨는 "직후에 현수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어봤었는데 네가 느낀바 앞날을 생각해서 스스로 선택하라고 말했다. 한 달 뒤에 다시 면담을 하기로 했는데 그동안 많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린 것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후 사정을 밝히며 안기원씨는 한국빙상연맹에 섭섭한 심정을 간접적으로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어느 정도 러시아서 자리를 잡으려고 간 거는 나와 떠날 때 이미 얘기가 됐던 부분이었다"며 "현수에게 연맹이 네게 도움을 주냐, 아니면 스승이 네게 도움을 주냐? 이런 데에서 무슨 운동을 하느냐, 그쪽에서 자리 잡을 수 있으면 자리 잡자고 얘기를 했었다"고 털어놨다.
러시아연맹 측 역시 이같은 국내 사정을 사전에 다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안기원씨는 "한국빙상연맹에서 현수가 다쳤을 때 아무런 지원도 없고, 오히려 현수가 대표 선발전에 뽑히지 않기를 바라는 그런 선발전 내용도 어느 정도 다 알고 있더라"면서 "현재 러시아에서는 선수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마음 편하게 운동하게 해주는 여건이다. 현수에게 전담 의사까지 붙여줘 항시 몸상태도 체크해 주고 있는데 현수도 마음 편하게 열심히 운동만 하면 되니까 그쪽으로 마음이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경우 영주권과 시민권이 구분돼 있다. 영주권은 말 그대로 영주할 수 있는 권리인 반면, 시민권은 국적 취득을 의미한다. 안현수는 처음 당시 영주권을 취득해 자리를 잡으려던 마음이었다.
안기원씨는 "러시아 측에서 내건 처음 조건은 1년 내에 영주권을 발급해주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현수가 운동하는 것을 보고 그쪽에서 꼭 필요하다고 느낀 것 같아 시민권 신청을 한 모양이다"고 답했다.
안현수는 러시아 시민권 취득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 제도상 우수한 스포츠 선수의 경우 자국에서 필요하다고 느끼면 체류 기간이나 여타 조건에 관계없이 대통령의 인가하에 곧바로 시민권 취득이 가능하다. 현재 안현수의 경우 이미 대통령에 취득 신청서가 올라간 상태이며 이르면 9월 중에 시민권이 나올 예정이다. 안현수는 9월 16일부터 시작되는 러시아국가대표선발전에 나설 전망이다.
[안현수. 사진 = 마이데일리DB]
김주영 juny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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