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김민성의 스타★필(feel)]
2011년 대한민국 TV의 화두는 노처녀다. '올드미스 다이어리', '결혼하고 싶은 여자', '막돼먹은 영애씨', '동안미녀'까지 노처녀를 주제로 한 드라마는 몇 년째 단골 소재로 우려지고 최근에는 노처녀는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까지 방송되기도 했다 .
그러나 TV 속 노처녀의 대명사는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일 것이다. 2005년 MBC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는 시청률 50%를 넘긴 국민 드라마로 등극했고, 신인이었던 현빈을 '삼식이'로 스타 반열에 올렸을 뿐 아니라 한국 드라마 여주인공 사상 최초로 역할을 위해 살을 찌웠던 김선아 역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런 김선아가 요즘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 속 노처녀 역할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김선아는 편모 슬하 고졸 출신의 여행사 직원 이연재로 삼순이보다는 훨씬 날씬해진 모습으로 생계를 위해 아등바등 비굴하게 사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담낭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으며 버킷리스트를 적어 하나씩 실천하고 성취하면서 날로 외모도 성격도 진화하고 있다. 일본 여행에서 만난 여행사 재벌 2세 강지욱(이동욱 분)과의 로맨스도 버킷리스트 중 하나. 비루했던 인생의 마지막에는 사랑하는 남자의 품에서 죽는 게 소원이다. 이연재와 강지욱은 탱고를 같이 배우며 감정을 소통하고 사랑이 깊어지고 있다.
김선아는 1996년 화장품 CF로 데뷔했다. 당시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는 도발적인 카피 문구에 어울리는 도회적이고 지적인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단박에 얼굴을 알렸다. 이후 영화 '몽정기'(2002), '황산벌'(2003), '위대한 유산'(2003), '해피에로 크리스마스'(2003), 'S다이어리'(2004) 등을 통해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코믹 여왕으로 등극한다.
이번 '여인의 향기'의 촬영을 앞두고 김선아의 14kg 감량이 화제로 됐지만 이는 미용적인 목적이 아닌 말기암 환자를 실감나게 연기하기 위한 것. 하루 1끼, 2시간 수면이라는 살인적인 투혼으로 밝혀지면서 관심이 더욱 모아졌다. 그녀가 연기하는 연재는 삼순이와는 다른 캐릭터이다. 대차고 당찬 삼순이와는 다르게 소심하고 눈물 많은 여린 여자다. 시한부 6개월이라는 절박하고 한정된 시간 속에서 스스로의 틀을 깨는 캐릭터의 변화를 잘 소화하고 있다.
데뷔 15년차 김선아는 친근한 웃음을 주는 서민적 이미지의 배우가 되었다. 그녀가 주로 연기했던 돈 없고, 빽(!) 없고, 인물도 없지만, 남자복만(?) 있었던 여주인공들로 인해 평범한 생활인의 특별한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여인의 향기'는 시한부 인생, 재벌 2세와의 로맨스, 25년 전 첫사랑과의 조우 등 비현실적인 것들로 채워져 있지만, 김선아가 연기하기에 개연성있고, 타당해 보인다.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아니 너무 익숙한 김선아의 향기가 브라운관을 가득 메운다. 그녀의 탱고에 이동욱도, 시청자도 녹는다.
[김선아 출연작 '여인의 향기', '내 이름은 김삼순'. 사진 = SBS, MBC 제공]
김민성 , 서울종합예술학교 이사장 www.sa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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