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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한예슬이 한국 방송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출연 중이던 KBS 2TV 드라마 '스파이명월'에 무단 불참하더니 돌연 미국으로 출국, 다시 하루 만에 귀국했다.
그녀는 17일 오후 인천 국제공항의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정말 많은 분들께 심려 끼쳐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한예슬은 "이제는 모든 국민들이 이 상황을 알았으니까 저는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저의 상황이 얼마나 어렵고 열악한지 모든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했다. 저같은 이런 희생자가 다시는 생기면 안된다고 저는 굳게 믿는다"라며 "다른 관계자들과 많은 분들께 피해를 주고 어려움을 준 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로 개선되지 않을 이런 상황 때문에 저는 제가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싶다. 저도 엄청난 두려움과 스트레스 속에서 이런 선택을 하게 됐다. 훗날 제가 했던 일을 이해해주실 분들이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 정말 전 많은 비난을 받을 거란걸 예상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여기 개입된 모든 분들이 자신을 돌아봐주시고…"라는 말을 덧붙였다.
한예슬의 잘못은 분명하다. 한 드라마의 주연 배우로서 시청자와의 약속을 무참히 깨버렸다. 그 이유가 어떻든 한예슬이 드라마 촬영에 무단으로 불참하고 미국으로 출국까지 한 것은 드라마 제작 관계자와 시청자들의 신뢰를 져버리는 무책임한 태도로 이에 대한 비난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예슬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한예슬은 "많은 비난을 받을 거란걸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예슬이 비난을 감수하고 극단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건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국내 드라마 제작 여건은 '쪽대본', '생방송 드라마' 등으로 표현된다. 시청률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TV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맞춰 극의 흐름을 바꾸기 일쑤다. '○○를 죽이지 마라', '○○랑 ○○랑 결혼하게 해달라' 등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질 수록 줄거리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고, 실제로 극의 흐름이 시청자 반응에 좌우되다 보니 시청자들의 요구가 격렬할 수 밖에 없다.
'Mr. 쓴소리' 이순재도 한예슬 사태를 냉철하게 분석했다. 이순재는 "우리의 행위는 제작자와 배우의 관계가 아니라 시청자와의 약속이다. 어떤 이유가 있었던지 현장을 떠날 수가 없다. 시청자와의 약속이 최우선"이라며 한예슬의 무책임한 행동을 꼬집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왜 생겼냐 여기에도 관심 가져야 한다. 드라마 제작 현장이 이번 주에 찍어서 다음 주에 방송하거나 오늘 찍어 내일 방송하는 경우도 있다. 배우들이 초인적으로 해야한다. 이건 문제점이다"라며 "제작자들도 작가와 일찍 계약하고 여유있게 준비하면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또 촬영하다 보면 배우가 부상 당할 수 있다. 사극의 경우 다쳤을 때 기브스도 할 수 없다"며 제작 환경의 열악한 실태를 지적했다.
결국 한예슬 사태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일이란 점은 분명하지만 이로 인해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일을 단지 톱스타 여배우의 교만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스파이명월' 속 명월(한예슬 분)과 강우(에릭 분)의 대사가 인상에 남는다.
16일 방송된 '스파이명월'에서 명월이 선배 연예인 인아(장희진 분)에게 무시하지 말라고 하자 강우는 이렇게 말한다. 강우는 "한명월씨 당장 사과 못해? 뭘 잘했다고 큰 소리야? 아무리 스케줄이 힘들어도 그렇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남한테 피해주지 말아야 할 것 아냐? 혼자만 밤 새우고 혼자만 연예인이야? 프로가 괜히 프로냐고"라고 했다.
한예슬 사태에 대해 몇몇 네티즌은 "너만 힘든게 아니라 다들 힘드니까 참아"라고 했다. 중요한 건 참는게 아니라 왜 힘드냐가 우선일 것이다.
[한예슬(위)과 에릭.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 KBS 2TV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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