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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저의 상황이 얼마나 어렵고 열악한지 모든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했다. 저같은 이런 희생자가 다시는 생기면 안된다고 저는 굳게 믿는다. 다른 관계자들과 많은 분들께 피해를 주고 어려움을 준 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로 개선되지 않을 이런 상황 때문에 저는 제가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싶다. 저도 엄청난 두려움과 스트레스 속에서 이런 선택을 하게 됐다"
배우 한예슬은 17일 오후 인천 국제공항에서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이같은 말을 남겼다. KBS 2TV 드라마 '스파이 명월' 무단 불참, 미국 출국 그리고 하루 만에 귀국 등 전례가 없던 행동으로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한예슬은 자신의 소신은 굽히지 않았다.
한 드라마의 주연 배우로서 한예슬의 무책임한 태도는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남부러울 것 없던 톱스타 한예슬을 극단의 선택으로 몰아넣은 배경은 무엇일까. 과연 한예슬만 불만 많은 돌출 배우인지, 아니면 다른 배우들도 다같이 느끼지만 참고 있는 건지 중요한 문제다.
한예슬은 "네가 잔다르크냐"는 네티즌들의 비난도 받았고, 같이 일한 스태프들이 한예슬 사태를 고발한 '성명서'를 통해 그녀의 잘못이 인정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비난과 지탄에 비례해 그녀의 발언으로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을 밖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방송 하루 전까지 촬영을 하고, 때로는 방송 당일까지도 촬영하는 경우도 있어 배우들에게 휴식은 종영 전까지는 꿈도 꾸지 못한다. 아무리 배우들이 높은 출연료를 받고 일을 한다지만 수 개월씩 강행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볼멘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배우들의 안전도 문제다. 최근 박신혜, 홍수현, 이민호, 유승호 등이 큰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출연 중인 드라마 일정을 포기할 수 없어 치료가 아닌 연기를 택했다. 천정명도 촬영 중 낙마 사고가 발생했지만 드라마 종영 때까지 촬영을 강행했고, 결국 다친 부위가 악화돼 수술대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배우들은 '링거 투혼'에 '부상 투혼' 등 온통 투혼 연기자(?)들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 제작 시스템 도입이 절실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각 방송국이 시청률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 제작진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외면하기 힘들다.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싸늘하거나 특정 캐릭터나 에피소드에 시청자 관심이 쏠릴 경우 제작진은 이를 극에 반영해 시청자 눈길 사로잡기에 나서는게 사실이다.
일례로 최근 종영한 한 드라마에서 비중이 적었던 한 캐릭터가 해당 배우가 드라마 외적인 요소로 인기를 끌자 급격히 비중이 늘어나는 일도 많다. 이에 다른 배우들의 분량이 적어졌고, 극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고 말았다.
또 1주일에 2회씩 방송되는 현 드라마 시스템은 무리한 촬영 스케줄을 부추긴다.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1주일에 1회씩 방송되는 시스템이 굳어진 경우가 많다. 사전 시스템도 보편적이라 드라마 완성도가 높은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결국 현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과감한 변화만이 국내 드라마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한예슬 사태와 유사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방송사 제작사의 자성과 개혁이 필요하다.
[한예슬(위)-유승호, 박신혜, 이민호, 홍수현(아래 왼쪽부터).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 마이데일리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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