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어떤팀은 올시즌에는 가능할 것 같던 가을야구가 또 다시 물거품 되는 분위기다. 반면 시즌 초반 부진했던 한 팀의 주축타자는 어느덧 3할 고지에 올라가 있다. 이렇듯 야구는 어떤 종목보다 '회귀 본능'이 강하게 작용한다. 워낙 한 시즌에 많은 경기를 치르다보니 시즌 막바지를 향해 갈수록 자신의 자리(?)에 맞게 수렴해 간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류현진이 기록 중인 8승은 이름과 걸맞지 않은 성적임에 분명하다. 한화가 단 30경기만을 남겨 놓고 있는 상황에서 류현진의 승수 쌓기는 6월 28일에 시계가 멈춰 있다. '괴물'이라는 별명에서 보듯이 류현진은 2006년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쉽사리 10승 고지를 넘어섰다. 5시즌 중 가장 적은 승수가 13승일 정도였다.
문제는 남은 기간에도 승수 쌓기가 쉽사리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류현진의 승수 쌓기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역시 모든 선수의 적인 부상이다. 왼쪽 등 통증으로 6월 2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던 류현진은 잠시 그라운드에 복귀하기도 했지만 등 통증이 재발에 어깨 통증까지 겹치며 재활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화 한대화 감독은 "류현진 개인적으로나 팀 모두 내년이 더 중요한 시기다"라며 류현진을 무리시킬 생각이 없음을 드러냈다. 또 "1군에 복귀하더라도 선발 보다는 중간 계투로 소화시키도록 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당장의 팀 성적보다는 선수의 미래를 선택한 한 감독의 결정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일이다. 데뷔 이후 쉴 새 없이 달려온 류현진이기에 최근 결장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기록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류현진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두자리수 승리를 달성했다. 이는 프로 통산 8번째 기록이었다. 류현진 이전까지 이강철(해태·10년 연속), 정민철(한화·8년 연속), 김시진(삼성·6년 연속), 선동열(해태·6년 연속), 정민태(현대·6년 연속), 다니엘 리오스(두산·6년 연속), 김상진(OB·5년 연속) 등 프로야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들만 달성한 대기록이었다.
상세조건을 집어 넣으면 류현진의 기록은 더욱 대단해진다. 류현진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거둔 78승 중 77승을 선발로 기록했다. 당연히 모든 시즌에 10승 이상을 선발로 기록했다. 5년 연속 선발 10승은 정민철, 김시진, 정민태, 리오스만이 달성했다. 또 데뷔 이후 5년 연속 10승은 이강철, 정민철, 김시진, 김상진까지 4명이다. 5년 연속 선발 10승과 데뷔 이후 5년 연속 10승의 교집합은 정민철, 김시진 밖에 남지 않는다.
김시진 역시 선발로 10승을 거둔 것은 5년 연속이기에 류현진이 만약 올시즌 6년 연속 선발 10승을 거뒀다면 정민철과 함께 '데뷔 이후 6년 연속 선발 10승을 거둔' 유이한 선수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8승 투수' 류현진에 대해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류현진이 복귀해 10승 고지에 오른다하더라도 한 감독의 계획대로라면 선발 10승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뛰어난 실력으로 인해 다른 어떤 선수보다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그이기에 다시 이런 기회가 찾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때문에 올시즌 승수가 더욱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미래를 본다면 '8승 투수 류현진'은 밝은 미래를 위한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록 역시 결코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아니다. '8승 투수' 류현진에 대한 희망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이유다.
[사진=한화 류현진]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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