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민성의 스타★필(feel)]
'최종병기 활' 박해일, 관객과 通했다
박해일의 화살이 관객들의 마음에 명중했다. 박해일이 주연을 맡은 영화 '최종병기 활'이 개봉 18일 만에 관객 400만 명을 돌파하고 거센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0.01초가 승부인 활시위만큼 흥행 속도도 범상치 않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단기간에 300만을 넘기고 500만을 향해 맹렬하게 날아가고 있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박해일은 조선 최고의 신궁인 남이 역을 맡았다. 줄거리는 반역죄로 몰려 부모를 잃은 남이가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끌려간 여동생 자인(문채원)을 구하기 위해 활 하나만을 들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내용이다. 청나라 정예부대를 이끄는 쥬신타(류승룡)와 활로 대결하며, 10만 대군에 맞서 혈혈단신 신출귀몰한 활솜씨로 목표물을 차례로 쓰러트린다. 쉴 새 없이 뛰고 달리고 쏘기 위해 박해일은 지난 해 여름부터 궁술을 배웠고, 말을 타고 달리면서 활시위를 쏘는 특훈을 받아야 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장면을 대역 없이 완벽하게 소화했다.
2001년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데뷔, 10년차에 접어든 박해일은 멜로, 스릴러, 드라마, 미스터리, 코미디까지 주, 조연을 합쳐 20여 편에 영화에 출연했다. 사극도 본격 액션물도 이 영화가 처음이다. 그러나 잘 어울리는 상투 머리와 수염만큼 역할도 딱 떨어진다. 지금은 고어가 된 만주어가 등장하는 이 영화는 대사가 많지 않은 반면 박해일과 류승룡의 눈빛 연기가 일품이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박함과 애절함이 동시에 담긴 눈빛은 영화에 긴장감을 더한다. 영화에서 활은 무기인 활(弓)을 뜻하지만,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살활(殺活)과도 상통된다. '괴물'에서 한강 괴물에게 끌려간 조카(고아성)를 구하기 위해 화염병을 들었듯 청나라 전리품으로 끌려간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절실하게 활시위를 겨눈다.
박해일의 의외성은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 시절 만원 버스에 시달리기 싫어 오토바이 등교를 택했던 그는 수능 전날 큰 사고가 나서 학교 양호실에서 시험을 봤던 특이한 과거가 있다. '괴물'로 천만 배우가 된 주제에(?) 총 제작비 5천만 원의 저예산 영화 '짐승의 끝'에 기꺼이 출연했고, 지금도 독립영화나 단편영화에 기웃거리고 있다.
박해일의 존재를 처음 각인시킨 작품은 2003년 '살인의 추억'에선 순박해 보이지만 서늘한 눈빛을 지는 살인 용의자였다. 건실한 생활인으로 보이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도통 알 수 없는 묘함이 긴 여운을 남겼다. 범인의 행방은 미궁에 빠졌지만 박해일의 매력은 작품을 더하며 계속 발견되고 있다. 겉으로 투박하고 단순해보이지만 때론 총보다 빠르고 위력적인 활처럼 박해일은 풋풋하고 순순하고 때론 뻔뻔하고 의연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명중시키고 있다.
[사진 = 영화 '최종병기 '활', '국화꽃향기', '연애의 목적' 포스터]
김민성 , 서울종합예술학교 이사장 www.sa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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