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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문화재청장을 역임했던 유홍준 교수가 국보 1호 숭례문 방화사건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8월 31일 방송된 MBC '무릎팍도사'에서 유 교수는 지난 2008년 발생한 숭례문 방화사건을 언급하며 "정신 이상에 가까운 노인이 정부 보상금 액수가 적다며 홧김에 불을 질렀다. 난 그 때 루브르 박물관에서 한국어 음성 서비스 개통식이 있어 프랑스 파리에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불길은 없고 연기만 있어서 그것만 잡으면 끝이라는 보고만 받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목조 건축은 지붕에 불이 났을 때 소방 매뉴얼 1번에 기왓장을 끌어내린 후 불을 끄도록 돼 있다. 지붕에서 연기가 나면 제일 먼저 기와를 부셔야 한다. 끌어내려서 부셔야한다. 그래서 그 속에 있는 불을 꺼야 한다"며 "기와 지붕이 물 들어가지 말라고 있는 것인데, 어떻게 그 안에 물이 들어가겠냐. 속은 불타고 있었다. 이 안에 물을 넣으려면 기와를 부셔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문화재는 소방관이 못 부신다. 숭례문 방화사건 전에 수원 서장대에 방화사건이 있었다. 그 때 소방관이 와서 그것을 부수고 20분 만에 진화를 했다. 그럼 소방관에게 표창을 줘야하는데 그 분이 과잉진화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부수지 않고도 끌 수 있는데 굳이 문화재를 부셨다는 혐의였다"며 "숭례문에 연기가 났을 때 '내가 책임질테니 그것을 부수고 꺼라'고 그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그 때 내가 파리에 가지 않았으면, 내 성격상 내가 가서 부수고 껐을 것이다. 그게 안타깝다"고 고백했다.
또한 유 교수는 "그 상황에서 연기만 나고 있는데, 과연 나라도 부수라고 얘기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고 덧붙인 후 "내가 아무리 문화 유산에 대해서 잘했다고 하더라도 국보 1호 숭례문에 화재가 났던 시절의 문화재청장이란 사실은 죽고난 다음에도 기록에 남을 것이다. 비극적인 운명을 갖고 살아야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문화재를 사랑하고 보존하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유홍준 교수. 사진 = MBC 화면 캡쳐]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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