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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이유리의 환한 미소를 직접 본 적 있는가? 인터뷰를 위해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유리의 미소를 처음 마주했을 때, 드라마 속에서 그녀가 연기하던 착하고 애교 넘치는 막내 딸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늘 고운 말만 하고, 누구 한 번 미워해 본 적 없을 것만 같은 이유리.
그런 그녀가 말했다. "제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던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저에요. 전 제가 너무 싫었어요"
이유리는 우리가 그녀에게서 연상하는 이미지처럼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었다고 한다. "전 원래 쾌활한 성격이 아니었어요. 항상 웃고 있고, 밝은 사람만 보면 부러웠어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은 뭐 때문에 저렇게 행복할까?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부정적인 생각들이 끊임없이 저를 괴롭혔던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싫었고, 제 능력이 부족한 것도 싫었어요. '나는 왜 그것 밖에 못하지?'하면서 저를 구박하고, 제 스스로를 학대하고 있더라고요"
선뜻 믿을 수가 없었다. TV에 그녀의 얼굴이 비칠 때면 마치 그 순간은 리모컨으로 TV의 '밝기'를 몇 단계쯤 높인 것만 같았는데, 이런 어두운 마음을 안고 살았다는 말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유리는 어느 날, 12살 연상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됐고, 그 이후 자신을 이전과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고백했다.
"처음 남편을 봤을 때, 너무나 반짝거렸어요. '어떻게 저렇게 밝고, 환할 수 있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람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재미있게 해줬거든요. 늘 소심하게 움츠려 든 제게는 충격이었어요. 저도 반짝이는 등불처럼 다른 사람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이유리가 들려준 이야기는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지만, 마치 동화처럼 아득한 이야기 같았다.
"남편이 그런 얘기를 해줬어요.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은 차이가 있는데,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기억을 한대요. 행복한 기억이요. 불행한 사람은 불행의 기억을 많이 갖고 있고, 행복한 사람은 불행한 기억은 조금이고, 행복의 기억이 많다고 해요. 제 머릿속을 보면, 그 동안 불행했던 기억만 더 많이 갖고 있고, 우울한 기억을 극대화 시켜 왔어요"
이유리는 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스스로 실천했고, '인간 이유리'를 누구보다 사랑하게 됐다.
"전 제가 너무 싫었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잖아요. 평생 그렇게 살 생각하니까 제 자신이 너무 불쌍한 거에요. 나를 아는 건 나 밖에 없고,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것도 나 밖에 없는데, 그렇게 살지 말아야 되겠다 싶었어요. 어색하지만 스스로 절 칭찬해주려고 애썼어요"
이유리는 예의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제야 그녀의 미소가 왜 우리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었는지 이해가 됐다. 이유리는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며 외로운 길을 걸어왔고, 그 고통의 시간 뒤에 비로소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깨달았던 것이다. 그녀의 미소는 불행과 행복을 모두 이해한 뒤에 나온 미소였다.
"저보다 못한 사람들을 보면 진짜 교만한 것은 나였구나 느껴요. 나는 이렇게 많이 가졌는데, 없다고 불평이나 하고…. 불평하는 사람은 지나가는 돌만 봐도 불평한대요. '왜 재수 없게 이게 여기 있어!'하면서 화를 낸대요. 반대로 어떤 사람은 돌을 보면서 '너무 예쁘다'하고 집어가는 경우도 있대요"
이유리의 인터뷰를 하기 위해 그녀를 만났지만 도리어 제대로 배우고 돌아온 느낌이었다 그리고 돌아오던 중 문득 길 위의 돌멩이 하나를 보니 이유리가 남긴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배우 이유리.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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