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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주영 기자] 쉼 없이 달려온 9일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전 세계 202개국에서 1945명이 정상을 향해 뜨거운 땀방울을 흘린 가운데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가 우리에게 남긴 햇빛과 그늘 역시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지난 4일 대구시는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총평하는 보도자료를 보냈다. 자료에 따르면 ▲역대 최대규모의 선수·임원이 참가한 대회 ▲최첨단 경기장과 최고 수준의 경기 운영 ▲만석 관중과 수준 높은 관람 및 응원 ▲간결하지만 품격있는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린 개회식 ▲역대 최고 수준의 선수촌 시설과 연습장, 그리고 안전하고 편리한 숙식과 문화 행사 ▲ 경제대회와 친환경 녹색대회 구현 ▲ 관람객 80% 이상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는 종전 1999년 스페인 세비야대회보다 1개국이 많은 202국이 참가했고, 선수단도 2009년 독일 베를린대회보다 50명이 많은 1945명으로 역대 최대 대회가 됐다. 또 경기 장내 최첨단 전광판과 음향 설비를 설치했으며, 지난해 말 18억원을 들여 몬도트랙도 깔았다. 반면 대회 운영 총 예산은 2466억원으로 비교적 경제적인 경비로 대회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사실과는 다르게 또 다른 이면을 숨기고 있는 부분도 많았다. 대구시가 보낸 보도자료 중에는 편리한 숙식을 제공했다고도 밝힌 대목이 있다. 그러나 미디어식당의 경우만 들어도 호텔에서 직접 공수했다는 명목으로 1만3000원에 이르는 한끼 식사비로 대부분의 취재진을 라면과 김치, 빵으로 때우게 만들었다. 그나마도 조직위는 외국인들에게 김치 냄새를 풍기게 한다는 이유로 이마저도 제재를 가했다. 대구시는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렸다고 당당하게 말했지만 우리의 김치는 한국의 문화 축에도 끼지 못하는 음식이었는지 새삼 고민에 휩싸이게 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경기장 인근에는 제대로 된 식당조차 보이지 않았다. 경기장 주변 대형마트와 편의점, 식당 30여 개가 있지만 대구시가 영업 승인을 내주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대구 대회 개최로 호황을 노렸던 인근 업주들은 졸지에 개점휴업에 들어가야 했다. 모든 음식물은 경기장 내로 반입도 불가능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끼니를 위해 매점 앞에서 장사진을 치렀다.
관람객 중 80% 이상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대목도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경기장 주변에는 관람객이 사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조직위는 대회 기간 동안 경기장 근처에서 경기장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별도로 운영했다. 관람객 역시 차량으로 경기장 근처까지 이동한 뒤 이 셔틀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셔틀 버스도 대중교통임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범사례로 꼽기에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대구시는 이벤트에 목메다 실수했던 어처구니없는 경기 운영도 그새 잊은 듯 싶다. 대회 첫날, 여자 마라톤에서 조직위는 총소리와 더불어 한국을 알리는 일환으로 동시에 종소리도 함께 출발 신호로 내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출발 신호 때는 종소리만 울렸을 뿐, 총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일부 선수들만이 출발을 해 다시 출발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설상가상으로 돌아오는 순간에 총소리가 그제야 울려 선수들이 우왕좌왕하는 웃지 못할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최첨단 설비 역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18억원이나 들여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몬도트랙은 선수들의 기록 단축보다는 밤마다 대구 시민의 여가 생활로 활용됐다. 경기가 마무리된 밤에 대구 시민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나 퀵보드 등을 들고 나와 몬도 트랙 위를 선수들보다도 오랫동안 달렸다는 후문이다.
[대구스타디움. 사진 = 마이데일리DB]
김주영 juny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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