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 마치 자신의 시간과 돈을 내고 온 상영관처럼 ‘도가니’ 언론 시사회 상영관은 내내 침묵의 연속이었다.
평일 낮에 이뤄지는 언론시사회의 특성상 급한 연락에 전화를 받기 위해 상영관을 나가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6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도가니’ 시사회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배우와 영화의 감정선에 따라 때로는 탄식이, 때로는 훌쩍이는 눈물 소리가 구석에서 터져나왔다.
그야 말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화가 끝나고도 무거운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가십성의 가벼운 질문을 던지는 몇몇 취재진에게는 “뭐 저런 질문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전과 궤를 달리하는 언론 시사회 현장. 그게 ‘도가니’가 처음 세상에 빛을 볼 당시 상황이었다.
영화 ‘도가니’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장애우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 사건을 그린 공지영 작가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2005년부터 5년간 학교장을 비롯해 교직원이 학생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하지만, 정작 집행유예 정도의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된다. 이 사건에 대해 대책위원회 및 시민사회 단체들은 대법원까지 항소를 하지만, 이마저 기각된다.
10대의 장애우들에게 입에 담기도 힘든 잔인한 폭력을 휘두르는 자애학원의 교장과 교사 들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태연하다. 그리고 이들을 막아주는 부장검사 출신의 능력있는 변호사와 돈, 그리고 교회 장로인 교장에게 맹목적인 믿음을 보내는 종교. 이 같은 사회적 기득권의 폭력을 영화는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이 ‘도가니’다.
원작 자체의 탄탄함에 공유와 정유미, 장애우 역할을 맡은 3명의 아역에 악역들까지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모두 호연으로 영화를 더 빛나게 만든다.
‘훈남’이미지로 여심을 사로잡던 공유는 무능한 미술선생 강인호 역할을 맡아 장애우들을 대변하는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정유미 또한 인권센타 간사 서유진 역을 맡아 특유의 존재감을 선보인다.
‘도가니’는 배우의 연기와 스토리 등 모든 접점이 잘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다. 부분부분 지루하게 늘어지는 곳이 있지만, 장르의 특성상 넘어갈 정도다. 신인인 황동혁 감독이 연출했다는 것을 잊게할 정도의 연출이다.
영화 ‘도가니’는 사회고발성격을 분명히 가진 영화다. 장애우를 대상으로 무차별 벌어지는 성폭력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뻔뻔함에 관객들을 분노케 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분명히 있다. 연출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영화 자체의 무거움으로 인한 관객의 선택 여부와 절대악으로 그려진 종교단체의 항의가 걱정된다. 개봉은 22일.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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