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지 20년 만에 마침내 명함에 '감독'자를 새겼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흑수선', '비천무', '포화속으로' 등 숱한 한국영화의 제작자로 또 700여편의 외화를 수입해온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47)는 남몰래 감독의 꿈을 키워오고 있었던 것일까.
7일 개봉하는 영화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이하 가문의 수난)'으로 입봉(감독 데뷔)한 정태원 대표 겸 감독을 만났다.
정태원 감독이라고 새겨진 명함을 새로 건넨 그에게 "왜 이제와서 메가폰을 잡게 됐느냐"라는 질문을 했다. 그로서는 숱하게 들었을 그 질문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동안 정 감독은 공식석상에서 잘 못 알아듣게 "보이지 않은 힘에 의해 연출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 감독변신을 놓고 늘 '보이지 않은 힘' 때문이라고 말해왔다. 그 보이지 않은 힘이 대체 뭔가?
진짜 감독이 없었다. 추석은 다가오고 있고 이제 정말 두 달 만에 촬영을 마쳐야하는데 갑자기 부탁할 감독이 없었다. 누구에게도 이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었던 차에 대안은 나 밖에 없더라. 그래서 이 기회에 한번 시험대에 올라보자 했다. 시간이 없어 이렇게 밖에 안 나왔다라는 핑계를 되고 싶지는 않았다. 할 수 있는 선에서 베스트를 내고자 했다.
물론 무모한 도전이었다. 입봉 감독이 두 달 밖에 안되는 시간에 또 연출 공부 한번 안 해본 내가. 그런데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드라마 '아이리스'와 '아테나'를 하면서 일주일에 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 후반작업까지 두 시간 물로 따지면 스무편을 한 것이다. 드라마였지만 영화와 같이 레드 카메라로 찍었고, 영화 스태프와 파이널 믹싱까지 했다. 액션물을 일주일에 하나씩 찍어냈는데 이건 액션도 아니니까 왜 못해 마음 먹었다. 그런 '아이리스'와 '아테나' 스태프와 같이 했으니 용기를 낼 수 있었다.
- 결과물에 만족하나.
나는 한다.
제작자는 감독이 연출을 잘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일이고, 감독은 그런 환경 속에서 연출을 하는 거다. 어떻게 할 수 없이 병행하게 됐지만 이번에도 단지 감독 일만 할 수는 없었다. 배급, 마케팅도 그렇고 또 그 전에도 항상 예고편 제작과 포스터 제작 등도 제작자로 해오던 일이었으니. 현장에서 촬영하면서 수시로 컨펌을 했어야 했다.
- 영화에 대한 반응들은 어떤가.
지금까지 영화를 하면서 관객 모니터에 철저히 의존해왔다. 여태까지 제작하면서 늘 감독들한테 '관객이 당신의 의도를 모르면 이해할 수 있게 재편집을 하라'고 설득해왔다. 그러니 나도 당연히 관객의 시각에 맞게 수정과 재편집을 했다. 실제 블라인드 시사회 3회를 진행했고 관객의 반응에 맞게 몇 장면은 덜어내고 어떤 대사는 편집하고 그랬다. 언론시사회는 썰렁했지만 일반 시사 반응은 폭발적이다. 관객 평점도 2,3편보다 훨씬 높았다.
- 영화를 보면서 얼마 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행오버'가 떠오르더라.
실제로도 '행오버' 시리즈의 팬이다. 가만히 보면 '행오버2'처럼 우리 영화도 몰려다니는게 똑같다. 또 '행오버'의 경우 샷을 많이 나누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에서 4명이 내려오는 장면에서 바스트로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커트를 나누지 않았다. 코미디가 깨지는 경우가 있어 커트를 나눌 때 신중해지는 거다. 우리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산 속에서 내려와서 흑인이 탄 차를 만나기 직전까지 커트를 거의 나누지 않았다.
- 촬영 일정이 살인적이라고 들었다. 김수미씨는 연기 인생 처음으로 연기가 적성에 안 맞았다는 말까지 하고.
일본에서 6월 25일부터 7월 13일까지 18일간 촬영했다. 그중 이틀은 배우들이 없어서 못 찍었다. 정준하는 당시 MBC '무한도전' 조정 연습과 다른 고정 프로그램 때문에 일주일에 3일을 한 국에 있어야 했고, 신현준은 KBS 2TV '연예가중계' 탓에 토요일은 무조건 한국에 있어야 했다. 김수미씨도 '수미옥'과 드라마 촬영차 왔다갔다 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 영화는 다 같이 있어야 찍을 수 있으니 누가 비행기 타러 갈 때까지 찍었다. 그러니 배우들이 죽고 싶었다는 등,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촬영일정 자체는 빡빡했는데 준비는 두달 전부터 했다. 그리고 후반 작업은 일주일이 걸렸다. 편집기사를 일본으로 불러 일본에서 거의 본편식의 편집을 하고 음악도 동시에 진행했다.
- 추석때 '챔프', '통증', '푸른소금'과 맞붙는다. 어느 정도 성적을 예상하나?
인지도나 추천도 면에서는 우리가 많이 앞서 있으니까 쫓기는 입장인거지 쫓는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 아무래도 1~3편에서 1200만명을 동원한 영화인만큼 인지도는 높을 수 밖에 없다.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그동안 코미디가 너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생각해보면 추석은 늘 가족들이 접하기 쉬운 코미디가 대세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코미디가 많이 폄하되면서 안 만들게 됐다. 많이 안 만들어지니까 역으로 관객의 니즈(Needs)가 있는 것 같다. 또 올해 여름 기후도 짜증나니 웃을 일도 별로 없지 않았다. 우울할 때 우울한 영화보다는 즐겁고 기분 좋아지는 영화를 많이 찾으시지 않을까 싶다.
애초부터 결과를 놓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기자간담회도 영화 개봉 후에 하자고 했었다. 언론에서 어떻게 쓸 것이 보이니까. 현영이 고꾸라지고 굴러서 나무에 박히는데 그걸 가지고 좋게 쓸까 생각을 왜 안 했겠나. 그래도 왜 안 자르냐고? 관객이 좋아하니까가 그 이유다.
방귀로 기절시키는게 말이 되냐 리얼리티 없다 하는데 당연히 현실적이지 않다. 다 안다. 그런데 우리 영화는 그런 영화거든. '미스터 빈'을 봐도 차에 깔려 납작하게 오징어 됐다 일어난다. 그런 면에서 리얼리티 없다고 저급하다 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 그런 영화들이 전 세계에서 흥행을 하고 있다. 본능적인 웃음을 저급하다고 하는데 사실 길 지나가다 바나나에 미끄러지는 사람을 만나면 누군들 안웃겠나.
물론 어떤 이들은 블랙코미디 류를 좋아하고 '가문의 영광' 같은 코미디를 안 좋아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보편적인 관객한테는 어느 정도 만족감을 드릴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있다.
- 앞으로 또 연출을 할 생각이 있나?
관객들한테 평가를 받아야 할 일이지만 또 하고 싶다.
-'가문의 수난' 이후 계획은?
병원 드라마를 먼저 하게 될 것 같다.
[정태원. 사진=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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