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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영화배우 박중훈의 팬들은 박중훈이 어제 저녁에는 장어를 먹었고 오늘 저녁에는 동네 일식집에서 사케를 즐겼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연기경력 20년이 넘는 중견배우에게 '사생팬'이냐고? 아니다. 박중훈이 트위터에 남긴 족적이다. 더이상 네티즌은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기 위해 기사 검색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자신이 '팔로' 중인 연예인의 트위터에 들어가 직접 보고 듣고 묻는다. 그게 더 빠르고 정확하고 무엇보다 친밀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확산력이 그 어떤 홍보수단보다 빼어나다는 것을 입증한 인상적인 사례는 지난 2007년 최고의 히트곡이라 칭하는 걸그룹 원더걸스의 정규 1집 앨범 타이틀 곡 '텔 미'가 첫 손에 꼽힌다. 원더걸스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설립 10년만에 최초로 선보인 걸그룹이라는 점에서 데뷔 초부터 주목받았으나 데뷔 싱글 '아이러니'의 성적표는 기대이하였고 정규 1집 발표를 앞두고 소희가 영화 촬영중 사고를 당하는가 하면 잠적설에 휩싸였던 현아가 결국 탈퇴하는 악재가 이어졌다.
이런 위기를 한 번에 날려버린 게 박진영이 원더걸스에 안무를 가르치는 동영상이었다. 소녀들의 앙증맞은 춤과 상반되는 박진영의 화끈한 춤사위가 모니터에서 진동한 뒤 원더걸스의 뮤직비디오와 재킷 이미지가 블로그를 휩쓸었고 군인, 학생, 주부 등 거의 모든 집단에서 '텔 미' 사운드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 제작되고 유포되고 공유됐다. '텔 미' 음반은 고작 7만장 팔렸다. 하지만 '텔 미' UCC는 5000만이 즐겼다.
지난해 '치티치티뱅뱅'을 내놓은 이후 이렇다할 활동이 없는 가수 이효리는 요즘도 하루 건너 포털사이트 연예뉴스 메인페이지를 장식한다. 이효리의 소속사가 굉장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갖는 파급력에다 그녀의 부지런한 '트윗질' 덕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가수 김동률과의 결혼설이다. 김동률과 이효리의 결혼설은 사상 최초로 트위터에서 시작돼서 트위터로 끝난 루머로 기억될 것 같다. 두 사람의 결혼설은 트위터를 통해 소문이 퍼져나갔고 이효리와 김동률이 트위터를 통해 부인했으며 이적, 정재형, 존박, 엄정화 등 두 사람의 절친들이 트위터를 통해 우스갯소리를 던지면서 화제에 올랐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들이 언론을 통해 상세히 중계됐다.
이효리는 또 동물보호, 재난 구호활동, 해외 봉사활동 등을 트위터를 통해 알리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표절논란과 연기력 악플 등으로 그녀에게 악몽의 공간이었을 인터넷이 트위터를 통해 따뜻하게 변모해 가는 셈이다.
결국 키워드는 친밀함이다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가치 있는 정보란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주는 정보'다. 당신이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투입한 3D 블록버스터"라는 '7광구'의 홍보문구에 관심을 갖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친구가 "야! '7광구'보다 '활'이 훨씬 재미있어!"라고 얘기하면 당신은 무엇을 볼 것인가. 전문가의 평이나 홍보기사보다 친구의 말 한마디가 훨씬 영향력이 있다. 다시 말해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주는 정보에 우리는 훨씬 더 주목하는 셈이다. 트위터를 활용하는 연예인들은 이 '친밀함'에 있어 다른 연예인보다 월등히 유리하다. 더이상 저 하늘의 별이 아닌 옆에서 살아 숨쉬는 스타가 웹 2.0시대에 살아남는다.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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