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유정 인턴기자] 정규시즌 막바지 8개 구단의 순위 전쟁이 한창인 요즘, 팀들 보다 더 열띤 경쟁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올 시즌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놓고 싸우는 KIA 타이거즈 김선빈(22)과 삼성 라이온즈의 김상수(21)다. 1년 터울로 프로 선후배 사이인 김선빈과 김상수는 올해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빠른 발과 뛰어난 출루 능력 거기에 장타력까지 갖춘 김선빈은 팀 내에서 '미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시즌 초에는 3할대 타율과 환상적인 수비로 팀 상승세의 일등공신 노릇을 했었다. 김선빈의 작은 키 때문에 투수들은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짐을 느껴 대체적으로 바깥쪽 승부를 많이 한다. 이에 그는 집중적으로 바깥쪽을 노려 예술적으로 밀어 친다. 몸 쪽 승부라도 들어오면 커트를 하거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안타로 만들어 낸다. 김선빈은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멋진 선수인 것이다. 그는 시즌 초 3월~6월 동안 228타수 69안타 38타점 3홈런 6도루 .303의 타율을 기록했다.
라이벌의 활약을 지켜봤던 김상수는 "올 시즌 초에 선빈이 형의 활약을 보고 '진짜 잘 한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공격은 말할 것도 없고 수비도 잘 해내서 부러웠다"고 한껏 치켜세웠다. 그러더니 그는 이내 "그래도 형 7월의 공백은 큰 것 같다. 부상 때문에 걱정은 많이 했지만 그나마 선빈이 형의 공백이 있어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놓고)끝까지 경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였다면 나는 어림도 없었다"라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김선빈은 지난 7월 5일 군산 넥센전에서 알드리지의 타구에 얼굴을 맞아 다음 날인 6일 엔트리에서 말소되며 전남대병원에서 코뼈 및 상악골 골절에 따른 수술을 받아 약 6주간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부상 부위의 특정상 복귀 후 타격이나 수비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그는 복귀전인 지난달 16일 광주 롯데전서 3타석 2타수 1안타 1볼넷에 단독 도루까지 감행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김선빈은 "사실 도루는 그냥 해보고 싶었다"며 "오래 쉬어서 팀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모습 뒤로 듬직함이 보였다. 이제 김선빈은 복귀 후 지난달 13경기 출장해 43타수 14안타 6타점 1홈런 6득점 .326의 타율을 올리며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그가 수술 후 재활을 하면서 드는 생각을 무엇이었을까. "사실 (김)상수의 경기를 많이 봤어요"라며 "잘하던데요. 아무래도 같은 포지션에서 같은 목표를 두고 싸우는 사이라 불안하기도 했죠"라고 말하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김선빈이 경계 대상 1호로 삼고 있는 삼성의 김상수는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을 가진 선수다. 특히 2009(.244)·2010(.245)시즌과 달리 타격부문에서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그는 팀 내에서 '홈런왕' 최형우의 뒤를 이어 타격 2위에 머무르는 저력을 선보일 정도. 특히 지난달에는 81타수 27안타 5타점 9도루 .333의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올 시즌에는 캠프 때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타격 타이밍을 찾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며 자신감에 차있는 모습을 보였다.
김상수는 공격력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대단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넓어진 수비범위와 명석한 주루능력까지, 입단 3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좋은 모습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그는 올해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실책(20개)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김상수는 "수비를 하면서 마음이 먼저 앞서는 순간들이 와서 실책이 나오는 것 같다"며 "요즘엔 욕심을 버리고 차근차근 해내자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12일 현재까지 KIA 김선빈은 304타수 92안타 4홈런 46타점 20도루 .303의 타율을 기록 중이며, 삼성 김상수는 354타수 104안타 2홈런 44타점 23도루 .294의 타율을 올리고 있다. 누구하나 완벽하게 도드라지지 않은 말 그대로 ‘막상막하’의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라이벌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먼저 김선빈은 "항상 상수의 경기와 기록들을 살펴 본다"며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올 시즌 유격수 골든글러브에 대한 욕심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한편으론 상수 같은 라이벌이 있어 나도 긴장하면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김상수는 "유격수 골든글러브에 대해서는 나도 욕심이 난다. 선빈이 형의 부상 공백은 분명히 크지만, 돌아와서 너무나 잘하고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선빈이 형과 함께 좋은 경쟁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성적으로 올 시즌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두 사람을 놓고 보니 섣불리 수상자를 점쳐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됐던 올 시즌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성장해가는 두 사람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위쪽·아래쪽 모두 좌측부터 KIA 김선빈과 삼성 김상수. 사진 = 해당 구단 제공]
김유정 kyj765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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