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세호 인턴기자] 두산이 9월 8승 2패를 기록하며 시즌 막판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시즌 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두산. 많은 이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5월 중순부터 하위권에 머물며 2006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위기에 놓였다. 무엇보다 선발 로테이션 구성 실패와 불펜 필승조의 이탈로 니퍼트와 김선우 외에는 제 역할을 해준 투수가 없었던 게 큰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두산은 5인 선발 로테이션 구성에 고전하면서도 불펜의 힘으로 선발진의 부진을 만회하며 강한 마운드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임태훈, 고창성, 정재훈의 필승조가 고전하면서 마운드가 전체가 붕괴됐다. 우여곡절로 노경은, 김강률이 불펜에서 분투했지만 잦은 등판과 경험 부족으로 한계를 드러냈고 선발 로테이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던 서동환, 홍상삼 카드도 실패했다.
하지만 8월 중순부터 김승회와 김상현이 선발로서 자리 잡기 시작했고 9월초 1군 무대에 복귀한 페르난도가 마무리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며 두산 마운드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9월 10경기에서 두산의 평균자책점은 2.63. 두산은 최근 2주 동안 리그에서 가장 높은 마운드를 구축하는 중이다.
▲ 두산 마운드의 기둥, 정상급 원투펀치 니퍼트와 김선우
지난 시즌 히메네스-김선우에 이어 올 시즌도 두산은 막강 원투펀치 구성에 성공했다. 애초부터 외국인 에이스로 낙점한 더스틴 니퍼트는 올 시즌 12승 평균자책점 2.74를 기록하며 다승 부분 4위, 평균자책점 부분 2위에 올라있다. 특히 니퍼트는 특급 선발투수의 척도라 볼 수 있는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3자책점 이하) 부분 12회로 이 부분 1위를 달리고 있다.
니퍼트는 메이저리그에선 주로 불펜투수로 활약했지만 한국 무대에서 선발로 정착하면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 구사율을 높였고 이는 150km를 상회하는 직구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니퍼트 스스로도 “메이저에서는 주로 불펜요원으로 등판했기 때문에 자신 있는 구위 위주로만 던졌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고 그래서 불리한 카운트에도 변화구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선발투수로서 발전한 것이 한국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고 밝혔다.
팔색조 투수로 변신하며 노련한 투구를 펼치는 김선우의 활약도 눈부시다. 지난 시즌부터 힘을 앞세운 피칭에서 각도 큰 변화구와 함께 다양한 구종으로 상대 타자를 제압한 김선우는 올 시즌 한 단계 더 진화한 모습으로 한국 무대 최전성기를 열고 있다.
김선우는 13승으로 다승 부분 2위, 평균자책점 3.22로 선발투수 평균자책점 부분 3위에 랭크되어 있다. 만일 김선우가 시즌 끝까지 지금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한다면 김선우는 한국 무대 데뷔 후 처음으로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게 된다.
최근 인터뷰에서 김선우는 “작년부터 전체적인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줬다. 내가 봐도 변화구를 지나치게 많이 던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할 정도로 시험무대라 생각했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이제는 직구 위주로 힘을 앞세우기 보다는 변화구를 많이 던져서 내야땅볼을 유도하는 식의 투구를 한다. 변화구에 자신이 있어서 변화구 위주의 투구도 문제없다”고 전하며 베테랑답게 노련함을 앞세운 투구에 대한 자신감을 전했다.
▲ 선발로 자리 잡고 있는 이용찬·김승회·김상현
김광수 감독대행은 9월 상승세에 대해 “이용찬, 김승회, 김상현이 선발로서 잘 해주고 있다. 세 투수의 활약이 두산이 시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한 요인이다”고 시즌 막판 분투하는 세 선발투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 시즌 두산은 이혜천과 이현승, 두 좌완과 외국인 라미레즈, 페르난도의 부진으로 5인 선발 로테이션 구성에 실패했다. 그나마 이용찬이 5월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지만 4, 5선발을 구축하는 데에만 4개월을 소비하며 연승보다는 연패가 잦은 결과를 낳았고 이는 급격한 추락으로 이어졌다.
5월부터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며 보직 변경을 단행한 이용찬이 최근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선발로 전환하면서 직구 위주의 피칭보다는 슬라이더와 김선우로부터 배운 체인지업을 더해 다양한 구종을 구사 중인 이용찬은 지난 3일 SK를 상대로 81일 만에 선발승을 올렸다. 이후 이용찬은 지난 9일 KIA전에서도 6⅔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2연승에 성공, 무려 7년 동안 두산에 정체됐던 젊은 선발 투수에 대한 희망으로 자리했다.
그동안 불펜에서 활약했던 김승회와 김상현도 뒤늦게 선발로 자리 잡아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 중이다. 지난 8월 11일 무려 1538일 만에 선발승과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김승회는 포크볼을 앞세워 이후 선발등판에서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2010시즌 시범경기에서 입은 부상으로 지난 시즌 전체를 결장했던 김상현은 올 시즌 부활을 알리고 있다. 8월 6일 첫 선발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된 김상현은 8월 26일부터 9월 8일까지 세 번의 선발 등판동안 평균자책점 1.04를 올리며 2009시즌 초 선발로 맹활약했던 때의 모습을 재현하는 중이다.
▲ 마무리로 시즌 막판 반전을 꾀하는 페르난도
실패로 보였던 페르난도 영입이 시즌 막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8월초 팔꿈치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 영입 전 니퍼트와 함께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를 구성할 것으로 기대 받았던 페르난도는 당시 평균자책점 7.00으로 부진을 거듭하며 이대로 한국 무대와의 인연도 끝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페르난도는 선발진이 안정되면서 불펜요원으로 보직을 변경했고, 1군 복귀일인 지난 6일 1⅔이닝 세이브를 달성하며 두산 불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후에도 페르난도는 3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 중이며 마무리로 등판한 4경기에서 5이닝동안 단 2개의 안타를 허용, 평균자책점 0로 특급 마무리의 위용을 떨치고 있다.
페르난도가 지닌 150km를 상회하는 직구는 경쟁력이 있지만 직구와 슬라이더로 한정된 단조로운 투구 패턴과 안정되지 않은 슬라이더 제구력이 선발 투수 페르난도를 고전케 했다. 메이저리그 휴스턴 시절에도 페르난도는 막강한 구위로 유망주로 평가받았지만 단조로운 투구패턴으로 유망주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불펜요원으로 전락한 경험이 있다.
결국 한국무대에서도 페르난도의 선발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시즌 막바지 페르난도는 특급 마무리다운 활약으로 높아진 두산 마운드 구축에 방점을 찍어가는 중이다.
[(왼쪽부터)두산 니퍼트, 김선우, 이용찬, 김승회, 김상현, 페르난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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