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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친구', '똥개', '챔피언' 등 남성영화를 주로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그의 10번째 연출작에 멜로 장르를 선택했다. 2007년 개봉한 주진모, 박시연 주연의 '사랑' 역시도 멜로의 색채가 과했지만, 본격적인 멜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전작에서 알 수 있듯, 마초적 색감이 강한 곽경택 감독이 '통증'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사랑론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곽경택 감독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부산 사나이 가슴에 간직한 사랑에 대한 단상을 전했다.
"요즘 사람들은 사랑까지 계산적으로 하잖아요. 난 이게 너무 불행한 것 같아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진정성이라는 것을 몇 번이나 느끼면서 살겠습니까. 그 중에서도 사랑이라는 것은 정말 모든 것을, 내 속내를 모두 뒤집어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생의 기회잖아요. 그런 걸 스스로 포기하고 그것마저 밀당으로 생각한다면 너무 불행하죠."
'통증' 속 남순(권상우 분)과 동현(정려원 분)의 사랑은 그래서인지 오늘날 트렌디 드라마 속 통통튀는 사랑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어려서 사고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돼버린 남순은 맞고 사는 것이 직업이 돼버렸다. 늘 피고름이 덕지덕지한 몸으로 하루하루를 버리며 살아가는 그는 혈우병으로 작은 상처도 치명적인 여자 동현과 만나게 된다. 동현의 인생도 남순만큼이나 팍팍하긴 마찬가지다. 여성의 상징인 생리가 시작된 이후로 늘 목숨은 위험해졌다. 하루를 멀쩡히 더 살아내는 것이 그녀에게는 간절한 소원이다.
이처럼 극한 상황에 내몰린 두 사람에게 사랑은 밀당이나 하는 게임이 아니라 절박한 희망이다.
"이 친구들이 최소한 에버리지급 레벨로 산다고 하면 절대 이렇게 풀지 않았겠죠. 그들도 결국 계산하는 사랑을 하겠죠. 하지만 남순과 동현은 사랑할 준비가 하나도 돼 있지 않은 아이들이었어요. 내 인생에 사랑이 들어올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던 아이들이었기에 일차원적이고 단순한 해법으로 풀 수 밖에 없었죠."
곽경택 감독은 남순과 동현의 밑그림에 색깔을 부여해준 두 배우 권상우와 정려원에 대해서도 200% 만족을 표했다.
"권상우는 일단 작품을 읽는 눈이 저하고 비슷해요. 상우는 시나리오를 보고 제가 하면 하겠다라고 의사를 밝혔다는데. 저 역시도 받아놓은 시나리오를 보고 '상우 아니면 힘들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정려원 역시도 최선을 다 한 배우였어요. 현장 분위기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였죠."
곽경택 감독은 '통증'의 흥행 성적에 대해서는 "각오했던 것에 비해 비교적 칭찬을 많이 받은 편인 것 같아 마음은 편해요. 감독이 영화 흥행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까지 열심히 하겠지만, 사실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한계가 있는 거고 작품은 결국 자기 스펙으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1등 못해도 상관없어요. 격려 해주신다면 좋고"라고 말했다.
지난 7일 개봉한 '통증'은 추석 연휴 4일 동안 26만9837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예매 연령별 분포에서 장기 흥행면에 유리한 40대 관객 분포가 무려 21%에 달해 앞으로의 추이를 주목해볼 만 하다.
[곽경택 감독. 사진=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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