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유정 기자] 지난 18일 광주 KIA-LG전에서 뼈아픈 실패를 맛본 사람이 있다. 바로 LG 트윈스 '당찬 신인' 임찬규다. 3-3 동점으로 맞이한 연장 11회말 1사 만루상황에서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임찬규는 KIA 차일목에게 끝내기 만루 홈런을 맞고 3-7,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날의 패배는 팀 3연패라는 점에서도 뼈아팠지만 개인적으로 신인왕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시점이라는 것에 임찬규에겐 타격이 컸다.
임찬규는 유창식(한화 이글스)에 이어 2011년 1차 2순위로 지명돼 LG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시즌 초부터 불펜진으로 활약하며 정규시즌 풀타임을 소화해 내는 선수다.
그는 "신인으로서 1군에서 풀타임을 뛰고 있는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며 "프로에서는 실투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 아마추어와 다르다. 공 하나하나 정말 최선을 다해 던지지 않으면 바로 큰 것과 연결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올 시즌 임찬규는 9승 2패 7세이브 3.38의 방어율을 올리고 있다. 그가 기록한 9승 모두 구원승으로 신인 투수들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좋은 활약 덕에 현재 임찬규는 삼성 라이온즈의 배영섭(335타수 100안타 2홈런 24타점 33도루 .299의 타율)과 함께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신인왕 후보에 거론된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큰 영광이다. 하지만 팀이 잘 되는 것이 우선이고 개인타이틀은 그 다음이다"며 "올 시즌 시작할 때 내가 세운 목표는 신인왕이 아니라 1군에서 풀타임을 뛰는 것이었다. 풀타임의 목표를 이룬 것만으로 정말 뿌듯하다"며 웃어 보였다.
또 임찬규는 자신의 라이벌인 배영섭에 대해 "매우 훌륭한 타자라고 생각한다. 선구안도 좋고 능력도 있고 발도 빠르다"며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배)영섭이 형이 내 기록을 찾아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사실 6월까지만 해도 경기 직후에 (배)영섭이 형의 성적을 주의 깊게 봐왔다"며 "하지만 6월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이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선배들에게 차근차근 배워가고 있다. (배)영섭이 형은 나에게 큰 자극제가 됐다. 서로 포지션은 다르지만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서로에게 힘이 됐을 것이라 생각한다. 형도 나도 시즌 끝까지 아프지 않고 좋은 마무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의젓한 모습을 보이기도.
임찬규를 두고 '6월의 참사'라고 불리는 경기가 있다. 바로 지난 6월 17일 잠실 SK전이다. 이날 그는 9회초 마무리 투수로 올라와 밀어내기 볼넷을 연거푸 내주며 팀은 역전패를 본인은 패전을 떠안았다. 이후 그는 마운드에서 한 층 성숙한 피칭 내용을 선보였다.
이에 LG 최계훈 투수코치는 "임찬규가 시즌 초반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초반에는 힘을 위주로 하는 파워 피칭을 했지만, 이제는 상대 타자에 따라 구질과 구속을 조절하며 맞춰 잡는 피칭을 할 줄 알게 됐다"며 "원래 투수는 실패하면서 배우는 것"이라고 그를 칭찬했다.
임찬규와 항상 그라운드 위에서 호흡을 맞추는 '안방마님' 조인성도 "(임)찬규는 참 좋은 투수다. 힘도 있고 제구력도 괜찮은 편이다"라며 "다만 아직 어린데 풀타임을 소화해 내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긴 하지만 항상 본인이 씩씩하게 잘 던지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임찬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프로 1년차 임찬규는 이제껏 지내온 날들보다 마주할 날들이 많은 선수다. 앞으로 그는 자신이 마주할 시간들 속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을까.
"어렸을 때부터 나는 LG팬이었고 그런 LG가 1994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하는데 내가 중심투수로 활약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인왕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이미 버렸다. 한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올 시즌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다 이뤘다. 우리 LG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는 말을 전했다.
최계훈 코치는 임찬규의 미래를 두고 "고졸 신인인데도 당차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정구가 없고 제구력도 부족하다. 그런 점들을 보완하면 좋은 투수가 될 것이다"라며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충분이 선발 보직을 맡을 수 있다"라고 점쳤다.
못나고 부족하다는 것은 앞으로 채울 것이 많다는 얘기다. 가장 무서운 건 더 이상 할 것이 없어 다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계속해서 채울 것이 많은 임찬규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투수다. 올 시즌 신인왕의 주인공이 되 든 되지 못하든 이미 그는 최고의 한해를 보낸 셈이다.
[위·아래 LG 임찬규.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유정 kyj765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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