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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김하늘부터 차태현을 거쳐 한효주까지 올해 스크린을 빛낸 스타들이 시각장애인 역에 연속 도전해 눈길을 끈다.
김하늘은 지난 8월 개봉해 소리소문없이 23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블라인드'에서 경찰대 출신 시각장애인 수아 역을 맡아 열연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두 눈이 완전히 멀었지만 나머지 감각으로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는 수아 역을 연기하기 위해 김하늘은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 했다.
그녀는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어느 작품보다 더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면서 임했다. 한 신 한 신 찍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괴롭혔다. 감정적으로 빠져들지 못해 힘든 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 한계에 부딪혔을 때가 힘들었다. 예를 들어 눈을 뜨고 연기를 하는 상황에서 무언가 물체가 확 지나가면 눈을 깜박이게 된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안되니까. 그런 기술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생애 첫 시각장애인 연기라는 심리적 부담감을 느꼈겠지만, 디테일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김하늘의 표정연기는 호평받았다.
이어 9월 극장가에는 차태현의 눈이 멀게 됐다. 차태현은 추석 시즌 개봉한 영화 '챔프'에서 불의의 사고로 눈이 점점 멀어가는 기수 승호 역을 맡았다. 교통사고로 아내마저 잃어버린 그는 점점 시력까지 잃게 된다. 하지만 끝까지 기수로서의 긍지를 지켜나가고 하나 남은 딸에 대한 애잔함을 간직한 아버지 역할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차태현이 연기한 승호는 김하늘의 연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김하늘이 완전히 눈이 먼 상태를 표현했다면 차태현의 경우 정상인에 가까운 시력이었지만 점점 사물이 흐릿해져 보이는 단계까지 표현한 것이다.
차태현은 이와 관련, 인터뷰에서 "시력을 잃는 부분에 있어 연기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영화적으로 표현되는 포인트는 있지만 어디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해야하나 걱정이 많았다. 김하늘씨의 연기와는 다소 달라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걱정되는 부분이기는 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시각장애의 디테일한 표현보다는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은 남자의 마지막 자존심 등 심리연기에 더욱 비중을 뒀다.
여기에 10월 극장가에는 한효주가 도전장을 던졌다.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동이'까지 안방극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그녀는 이번에는 한류스타 소지섭과의 멜로 영화 '오직 그대만'에 출연한다. 이번 작품에서 한효주가 맡은 역할 역시 시각장애인이다.
한효주는 9월20일 '오직 그대만' 제작보고회에서 "보이는데 안 보이는 척 하는 점이 가장 힘들었고 또 답답했다. 처음에는 어렵고 낯설고 어색하기도 했다. 받아들여지는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실제 느끼는 것과 연기하는 것이 굉장히 다르더라"라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한효주의 우려와 달리, '오직 그대만'은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스타성이나 연기력면으로 흠잡을 데 없는 이들 세 배우들의 연이은 시각장애인 연기 도전이 어떤 성과를 낳게 될지 궁금하다.
[김하늘-차태현-한효주(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DB]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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