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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상범 기자] 요즘 40~50대 여성들로부터 아침마다 욕을 먹는 배우가 있다. 심지어 “진짜 밤길 조심해라”라는 댓글도 달렸다. 이유는 아역 연기를 소름끼치게 잘했다는 것. MBC 일일드라마 ‘당신 참 예쁘다’에서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는 박치영으로 분한 배우 김태훈의 이야기다.
김태훈은 “그 댓글 얘기 저도 들었어요. 아는 사람이 그런 댓글이 있다고 알려주더라고요. 놀라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면 고마워요. 거친 표현이지만 일종의 관심이고, 제 연기가 그만큼 괜찮다는 의미도 있으니까요”라고 미소를 지었다.
“죽는다는 것. 상상조차 버거워요”
화면에서 보이듯 차갑고 사나운 무표정을 가진 김태훈을 실제로 만나면 굉장히 선한 인상과 미소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머러스한 면도 다분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어쩌면 화면과 이렇게 다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느낌은 단순히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깊고 진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극중 자신의 출세만을 위해 달려온 박치영은 ‘시한부’라는 시련을 겪고 있다. 그래서 “죽기전에 하고 싶은 일 3가지는?”이라는 질문을 가볍게 던졌다. 대답보다 깊은 수심에 담긴 표정이 먼저 돌아왔다.
김태훈은 “솔직히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대본을 외우면서도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치영이 안 죽었으면 좋겠어요. 문득문득 슬프고 ‘왜 나만 죽어야 하나’라는 생각에 분노도 느껴요”라고 밝혔다.
이어 “원래 캐릭터에 깊게 빠지는 타입이 아니고, 치영에 그렇게 빠진 것 같지도 않아요. 그런데 주변에서 많이 빠져 산다고 하세요. 시한부의 삶을 연기하는 저로서 ‘죽음을 앞두고 하고 싶은 일’은 상상조차도 버거워요”라고 덧붙였다.
연기경력이 10년을 훌쩍 넘겼다. 연극으로 시작해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가 영화 ‘달려라 장미’를 시작으로 독립영화에 발을 들였다. 상업적인 작품으로 오기까지 애써 먼 길을 돌아온 기분이다.
김태훈은 “제 삶의 주어진 길이에요. 어떤 두 가지 사안을 두고 택일을 한 게 아니었어요. 연극만 하려고 했는데 영화 ‘달려라 장미’로 스크린에 발을 디뎠고, 계속해서 저예산 영화를 찍게 됐어요. 이게 제가 배우를 시작할 때 생각했던 길은 아니었어요. 그냥 그렇게 된 거죠”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렇다고 현실에 불만족하지는 않았어요. 그럼 그만뒀겠죠. 상업영화에 진출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어요. 돈도 벌고 싶었고 큰 무대에 서고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섣부르게 서고 싶지 않았어요. ‘준비해야 될 시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라고 담담히 설명했다.
그런데 악역만 연달아 세 번째다. 악역 이미지가 점점 굳혀지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에게 ‘생각보다 인상이 선하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지인들로부터는 ‘바보같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제 이미지를 두고 다양한 얘기가 들려요. 좋고, 나쁘고, 바보 같고 등등. 배우라면 한 가지 보다는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나이스한 사람으로 봐주기도 하고 또는 저를 재수 없게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착하기만 해도 악역은 잘 할 수 있겠지만 악한 부분이 있다면 연기 할 때 묻어서 나올 거예요. 캐릭터에 맞는 성향을 가지고 있을 때 분명히 깊이 있는 연기가 나올 거예요. 그래서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신구, 이순재 선생님 같은 배우가 되는 게 ‘버킷리스트’”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를 제대로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박근형, 정애리 등 선배 배우들에게 배우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태훈은 “박근형, 정애리 선배님들과 연기를 할 때 ‘와! 편하다’라는 느낌을 받아요. 연기는 ‘액팅이 아니라 리액팅’이라고 배웠는데 그 의미를 알 것 같아요. 선배들이 연기할 때 주시는 에너지가 있으니까 그것만 받아도 자연히 제 몸 속에서 반응이 나와요. 아직 훌륭한 리액팅이 나온다고 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배우는 건 있어요”라고 밝혔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함상범 기자 kcabu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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