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유정 기자] "주자가 없는 상황보다 있는 것이 더 좋고, 타자와의 수 싸움도 불리해 질수록 좋다"
KIA 타이거즈 심동섭(20)의 당찬 발언이다. 모두가 꺼려하는 상황을 오히려 좋다고 하니 말이다.
시즌 중반까지 삼성 라이온즈 배영섭과 LG 트윈스 임찬규로 굳어져 가던 신인왕 경쟁이 후반기 들어 KIA 마운드의 아기 호랑이 심동섭이 놀라운 성장세를 그리며 삼파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심동섭은 2010년 드래프트 1차 1순위로 KIA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 그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최고 구속 150km까지 나오는 직구에 변화구까지 좋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10시즌 단 5경기(2⅔이닝 3피안타 2실점 6.75의 방어율) 출장에 그쳤다.
그는 "작년 시즌 허리에 통증이 오면서 경기를 제대로 나설 수가 없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쉽기만 하다"며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 가끔 뻐근하긴 하지만 피칭을 하는데 영향을 미칠 만큼은 아니다"라고 웃어 보였다.
아픔을 딛고 맞이한 2011시즌, 23일 현재까지 54경기 출장해 53⅓이닝을 소화하고 3승 1패 2홀드 7세이브 2.87의 방어율을 올리는 등 풀 시즌을 소화하는 저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KIA 이강철 투수 코치는 "작년 시즌에 허리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하고 올해 처음인데도 풀 시즌을 소화해내는 걸 보면 대견스럽다"며 "물론 풀타임을 뛰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는 있다. 그래도 처지지 않고 잘해주고 있다"라고 심동섭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본인이 느끼는 체력적인 부담감은 반드시 있을 터. 그는 "사실 올 시즌 풀타임이 처음이다 보니 체력적인 문제를 겪기도 한다. 어깨가 뭉쳐 있을 때도 간혹 공을 던져서 무리를 한 적도 있다"며 "그래도 항상 팀에서 나를 필요로 해주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어서 기쁘다"고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 어린선수이기에 분명 기복은 있다. 오죽하면 이강철 코치가 심동섭을 두고 우스갯소리로 "꾸준히 기복 있게 잘하는 선수다"라고 했겠는가.
이강철 코치의 말에 심동섭은 "힘으로 피칭을 하는 스타일이라 부담감 때문에 기복이 생기는 것 같다. 특히 중간계투로서 적은 공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해 내야 할 경우를 맞이 할 때 내 피칭 스타일과 잘 안 맞는 다는 생각을 한다"며 "특히 체력적으로 힘들 때 어김없이 제구력 난조로 이어진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에 들어 그의 피칭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2⅓이닝동안 7타자 상대로 6탈삼진을 잡아내는 완벽투를 했고, 18일 광주 LG전에서도 4이닝동안 단 1안타만을 허용하며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심동섭은 "항상 마운드 위에서 부담감을 갖지 않고 던진다"며 "주자가 없을 때보다 주자가 있을 때 더 긴장되고 제구력도 좋아지는 것 같다. 집중력이 높아져서 그렇다"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이강철 코치는 심동섭을 두고 "(심)동섭이는 마인드가 참 좋다. 어떤 상대를 만나든 어떤 상황에 처하든 위축되지 않고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 질 줄 안다"며 "일단 내년 내후년 팀 전력을 봐야 알겠지만 고등학교 때 선발로 뛰었기 때문에 충분히 선발 조로도 활용 가능한 투수다"라고 그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마지막으로 심동섭은 "올 시즌 개인적으로는 2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싶고, 무엇보다 팀이 꼭 우승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투수에게 있어 구속은 그저 단순한 공의 빠르기가 아닌 그 선수가 가진 열정의 무게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 많은 타자들을 상대로 던질 심동섭의 공이 단순히 타자를 잡기 위한 공이 아닌 야구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투지를 담아낼 꿈의 투구가 되길 기대해 본다.
[위·심동섭 투구모습, 아래·경기 후 차일목과 파이팅을 하는 모습.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김유정 kyj765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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