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 '도가니'가 22일 개봉 하루 만에 12만여 관객을 동원하며 압도적인 수치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개봉 첫 주말을 지나며 누적관객수 91만으로 집계, 순식간에 100만 관객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도가니'는 배우 공유가 군복무 시절 공지영의 동명 소설을 읽고 분노해 영화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이 소설과 영화는 전라도 무진에 위치한 한 청각장애학교에서 벌어진 교직원과 학생간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했다. 소설은 물론, 영상을 통해 이번 사건을 접한 독자들과 관객들은 모두가 가슴갑갑해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소설과 영화가 광주 인화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이다.
영화 '도가니'의 주연배우 공유는 물론, 이 사건을 책으로 쓴 소설가 공지영은 일찌감치 실제사건에 분개했다. 이제 그들의 분노는 이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05년 11월 MBC 'PD수첩'에서 '은폐된 진실, 특수학교 성폭력 사건'이라는 타이틀로 방송된 바 있다. 당시 세상에 최초로 알려진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가져왔지만 영화에서처럼 은폐되고 축소되기에 바빴다.
'PD수첩'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당시 실제 사건에서는 무려 12명의 피해자와 8명의 가해자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이를 덮을 수 있었던 것은 학교과 재단의 족벌 구조 덕택이었다. 이사장이 아버지, 교장이 첫째아들, 행정실장이 둘째 아들인 구조 속에서 재단은 학교의 성폭력 사실은 쉽사리 은폐시킬 용의가 있었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 카페에 따르면, 영화에서 쌍둥이로 나오는 교장과 행정실장은 실제로는 학교 법인 설립자의 장남과 차남이다.
대책위 카페는 "성폭력 가해자가 처벌받고 학교에서 물러났지만 인화학교를 운영하는 주체인 법인의 대표가 설립자의 사위이며, 설립자의 자녀들이 여전히 인화원과 인화학교 등 시설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기에 성폭력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처벌과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인권위조사, 경찰조사 등에서는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그 외 감춰진 폭행과 폭력에 가해자였다고 이야기되는 교사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복직한 상태다"라고 전했다.
피해학생들에 대한 치료와 보상 역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상처입은 피해자들은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야 했지만, 세상은 그들을 무심히 잊고 말았다.
다행히도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세상이 다시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객들은 슬픈 현실을 다룬 영화 '도가니'는 관객들은 SNS를 통해 사건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청원방에서 진행 중인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재조사 청원 서명인원이 3800명을 넘어섰다. 이외에도 많은 시민들이 대책위 카페를 통해 피해자들을 돕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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