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유정 기자] 1936일 만에 선발승을 맛본 투수치고는 너무도 담담했다. 그저 이날의 투구내용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다음 등판을 기약한다는 말로 일축했다. 하지만 분명 이날의 승으로 포스트시즌 깜짝 선발 카드로의 가능성은 높였다.
KIA 타이거즈 한기주가 29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피안타 1실점 호투하고 지난 2006년 6월 11일 광주 한화전 이후 약 5년 만에 선발승의 기쁨을 안았다.
경기 전 조범현 감독은 한기주의 등판을 두고 "길게 던지게 할 생각은 없다"며 "선발이기 때문에 1~2이닝만 던지고 내려오라고 할 수는 없어 3~4이닝 정도만 소화 시킬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본인도 "올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이기에 3~4이닝 정도만 던지겠다"라고 생각 했단다.
하지만 이날 한기주는 5이닝을 소화했다. 3회말 2아웃을 잡아 놓고 주자 1,2루 상황에서 양의지에게 우전 1타점 적시 2루타를 맞아 1실점한 것이 전부였다. 이후 매 이닝 노련한 피칭으로 두산 타자들을 압도하며 실점 위기를 잘 넘겼다. 특히 2회말 2사 만루 상황을 맞이해 144km의 직구로 이종욱을 1루수 앞 땅볼로 처리하는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이에 한기주는 "사실 5회부터 힘에 부쳤다"며 "그래도 실점 없이 잘 막아냈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기주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뒤 지난 7월 12일 2년 만에 1군 무대를 밟았다. 복귀 후 그는 같은 달 14일 광주 두산전 선발로 나와 3이닝 2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두산을 상대로 아픈 기억이 있었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그는 최고 구속 148km짜리 직구와 각이 예리한 슬라이더(125~136km), 신무기 포크볼(125~144km) 등을 앞세워 두산 타자들을 요리했다.
그는 "오늘은 전체적으로 100% 만족할 만한 피칭은 아니었다. 직구가 부족했고 제구력도 완벽하진 않았다"며 "1936일 만에 선발승에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라고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이날 사용한 포크볼에 대해 "타자들을 직구와 슬라이더로만 상대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재활을 하는 동안 익혔다"며 "오늘 대체로 제구는 괜찮았다"고 웃어 보였다.
한기주는 복귀 후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는 못했지만 KIA로서는 양현종과 트레비스가 부진한 상황에서 포스트시즌에 활용 가능한 선발투수가 필요하다. 이에 조범현 감독은 깜짝 선발 카드로 한기주를 언급하기도.
그는 "포스트 시즌은 당연히 나가고 싶다. 하지만 아직 감독님께 따로 역할을 지시 받은 건 없다"며 "일단 다음 주에 남은 1경기 선발 등판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다부진 의지를 밝혔다.
조범현 감독도 포스트시즌 깜짝 선발 기용에 대해 "일단 희망적이다. 두고보자"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한기주는 이날의 승리로 올 시즌 734일 만에 승리를 거두며 1승 3패 7세이브를 기록, 평균자책점을 4.98에서 4.39로 낮췄다.
[KIA 한기주.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김유정 kyj765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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