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세호 기자] 1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경기에서 삼성은 6-4로 SK를 꺾고 시즌 80승 고지에 단 2승만을 남겨뒀다.
이미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류중일 감독의 공언대로 삼성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선 6번 타자로 경기에 나선 조영훈의 스리런 홈런이 승부를 갈랐다. 1-2로 끌려가던 삼성은 3회초 2사후 최형우와 박석민의 적시타로 3-2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어 2사 2, 3루 볼카운트 0-3에서 조영훈이 이승호(37번)의 가운데 몰린 직구에 스리런포를 쏘아 올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타자 입장에선 볼카운트 0-3에서 가장 치기 쉬운 공이 들어온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0-3에서도 스윙을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 쳐서 아웃 되도 절대 선수들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류중일 감독의 타격론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류 감독은 지난달 28일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지은 다음 날 경기에 앞서 자신의 타격론을 밝혔다.
대부분의 경우 볼카운트 0-3 상황에서는 웨이팅 사인을 내는 게 일반적이다. 투수가 볼을 던지면 볼넷으로 출루하고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지더라도 타자는 볼카운트 1-3로 여전히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하지만 류 감독의 이론은 이와 차이가 있었다.
류 감독은 “보통 볼카운트 0-3에서 공 하나를 기다린다. 그럼 볼카운트 1-3가 되는데 요즘 투수들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유인하는 변화구를 던진다. 그래서 난 득점권에서 볼카운트 0-3가 되면 쉬운 공은 놓치지 않고 치라고 지시한다”며 “상대팀에서도 이를 알고 있다. 그래서 상대 투수는 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유인구를 던지곤 한다. 결국 적극적인 타격이 많은 사사구까지 얻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시즌 삼성은 1일까지 팀 사사구 592개를 기록하며 611개의 KIA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사구를 얻고 있다.
또한 류 감독은 히트앤드런 작전에 대한 자신의 철학도 밝혔다.
류 감독은 “보통 히트앤드런 상황에서 타자는 무조건 굴러가는 타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데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히트앤드런 상황에서의 정답은 안타다. 단순히 굴리는 것은 최악의 경우다”며 “히트앤드런은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 구사한다. 타구를 굴린다면 1루 주자를 2루로 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안타를 치면 1, 3루 상황이 된다. 야구에서 1, 3루는 득점을 뽑을 수 있는 최고의 찬스다”고 전했다.
이어 류 감독은 “히트앤드런 상황에서 1, 2루 간으로 밀어쳐서 굴리는 것은 옛날 야구다. 히트앤드런 사인이 나왔을 때 투수가 몸쪽 공을 던졌다면 당겨서 안타를 쳐야한다. 좋은 타자라면 자기스윙을 가져가면서 공위를 강하게 때려 굴러가는 안타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면서 “감독 입장에서 사인이 적중해 1, 3루 상황을 만들 때가 기분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지난 해 12월 삼성 감독으로 선임됐을 때부터 “화끈한 공격 야구를 펼쳐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 시즌 삼성은 공격력에선 특출난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1일 현재 팀 타율은 6위(.261)고 팀 홈런 4위(92개), 팀 장타율도 6위(0.379)에 그치고 있다. 삼성이 공격 부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사구와 1위에 자리한 팀 도루(152개) 뿐이다.
류 감독 스스로도 팀 공격력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류 감독은 “최형우·박석민·채태인 삼인방은 더 거물이 되어야 한다. 올 시즌 최형우가 잘해주고 있지만 박석민과 채태인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해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분명 차후에는 이들이 지금보다 더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며 “김상수, 배영섭 등의 어린 선수들은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투수력이 지금 정점을 찍고 있다고 봤을 때 분명 1, 2년 후에는 타선도 정점을 향해갈 것 같다”고 투타 모두에서 최강의 팀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 감독은 역대 최강 삼성으로 2002년을 꼽았다. 당시의 삼성은 팀 타율 .284, 팀 홈런 191개를 기록하며 승률 .636로 페넌트레이스 우승과 함께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기 이룩했다. 프로야구 30년 통산 최다안타와 최다홈런을 기록한 양준혁이 7번 타순에 자리할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뽐내던 시기였다.
류 감독은 “2002년 삼성을 능가하는 역대 최고의 삼성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만이 아닌 이후 역사에 영원히 남을 최강의 팀을 만드는 게 류 감독의 진정한 목표다.
[삼성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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