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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 TV를 보다 보면 눈물을 흘리는 연예인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SBS ‘강심장’,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KBS ‘승승장구’, MBC ‘무릎팍도사’와 같이 연예인 개인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상당수이고, 그 안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눈물겨운 가족사나 과거사를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그 중 연예인이 눈물을 흘리는 대부분의 이유는 가족사다. 힘들게 자식을 키운 홀어머니, 어렸을 땐 싫었는데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아버지, 남편과 이혼한 후 아빠 없이 자라는 딸, 희귀병에 걸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들… 연예인은 가족 내 각자 포지셔닝된 위치에서 저마다의 사연들로 가슴 아파하고 눈물을 흘린다.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면 왈칵 눈물부터 나오는 마음은 자식들이라면 똑 같은지라, 연예인이 털어놓는 불우한 가족사는 대중의 가슴을 울린다. 또 화려할 줄만 알았던 연예계 생활 뒤에 그런 가슴 아픈 사연이 숨겨있다는 사실에 해당 연예인에게선 남다른 친근감까지 느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예인들의 가족사가 자신을 홍보하고 대중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수단으로 쓰일 때가 간혹 있다는 점이다. 눈물겨운 가족사가 ‘가족 세일즈’로 전락해 동감보단 거부감을 선사할 때가 있다.
방송인 이파니는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으로 화제를 모으기 시작해 섹시화보를 찍으며 급격히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이파니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가수로 노래를 발표하고, 연기 활동도 펼쳤지만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섹시화보를 찍었다는 이유로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던 이파니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가족사를 공개하면서다. 일찍 결혼해 슬하에 어린 아들이 있고, 이혼 후 싱글맘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그의 눈물 고백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러나 ‘몸매 좋은 연예인’에서 ‘당당한 싱글맘’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로 전환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이파니는 양악수술을 받으며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고, 성(姓)을 직접적으로 그린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가자 장미여관으로’ 등에 출연하며 끊임없는 이슈를 만들어냈다.
이슈메이커로 시끌시끌한 이파니가 이번에 또 가족사를 털어놨다. 5일 방송된 tvN ‘러브송’을 통해 어렸을 적부터 생활고에 시달렸고, 학창시절 왕따를 당했고, 헤어진 친모를 23년만에 만났고, 아이에게 미안한 사연 등을 공개했다.
이파니의 사연은 충분히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그러나 그가 처음 싱글맘이란 사실을 공개할 때만큼의 공감은 선사하지 못한다. 끊임없는 이슈와 논란의 중심에서 털어놓는 눈물겨운 가족사는 '난 이런 사연이 있으니, 안 좋게 보여도 이해해달라'고 대중의 동정심에 호소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연예계에는 가슴 아픈 가족사를, 혹은 유명한 가족들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연예인도 많다. 밴드 부활의 김태원은 아들이 자폐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주목받은지 수년이 지나서야 조심스레 밝혔고, 배우 하정우는 중견배우 김용건의 아들로 주목받는 게 싫어 이름의 성까지 바꾸고 데뷔했다.
안타까운 가족사, 개인사를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처럼 사용하는 연예인들. 쏟아지는 연예인의 슬픈 가족사에 소요할 대중의 감성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이파니. 사진 = tvN 화면 캡쳐]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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