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부산 배선영 기자] 시작부터 시끌시끌한 영화제였다. 신인 배우 오인혜의 파격적인 노출의 드레스로 지난 6일 오후 개막한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시작부터 부산했다.
그렇게 시작된 영화제는 개막 이후 첫 주말인 지난 8일과 9일, 열기가 가장 대단했다. 스타들을 내세운 행사들도 이때 집중됐다. 장동건, 송혜교, 장근석 등 톱스타들이 참석하는 제작발표회와 야외 행사들이 모두 이 시기에 열렸던 것이다.
그러나 스타들이 없어진 영화제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전반부에는 눈에 톡톡 튀는 행사들로 집중됐다면 후반부에는 학술적인 행사들이 집중돼있다. '아시아 영화의 길을 묻다-동아시아를 중심으로'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학술포럼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부산 해운대 그랜드 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태국 영화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예일대 영화-비교문학과 교수 더들리 앤드류, 파리 제3대학 교수이자 카이에 뒤 시네마 전 편집장 찰스 테숑, 오사카 예술대학 영화과 교수 마사토모 토요하라, 필리핀 대학 대중문화학과 학과장 롤란도 톨렌티노, 위스콘신 대학 프랑스/이탈리아 비교문학과 학과장 피터 팩, 대만 국립정치 대학 부교수 루 쇼 로버트 첸 등 다양한 국적의 영화 및 문화, 학술계 인사들이 자리해 풍요로운 학술 포럼을 열었다.
특히 12일 오전 진행된 '21세기 동아시아 영화 이해에 있어서 경합하는 접근법들: 극가적, 지역적 혹은 세계적?'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를 색다른 시각에서 해석한 피터 팩 위스콘신 대학 학과장의 견해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그는 '자신을 몬스터로 착각한 주인: 박찬욱의 '올드보이'에서 책략으로서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발제하며, 극중 대수(최민식 분)와 우진(유지태 분)의 관계를 한국사회의 특수한 역사와 맞물려 여러가지 이론을 대입해 해석해 수많은 질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팩 학과장은 "지배자(우진)에 관한 문제와 경멸에 대한 것들을 할리우드의 콘텐츠에서 이 같이 그리기란 어렵다"라며 "특별한 한국적 상황, 문화에서 가능할 수 있지 않았나라고 느끼게 됐다. 이 영화가 나를 설득한 포인트이기도 하다"라고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심도 깊은 의견을 들려줬다.
더불어 한국 근대사의 군부독재 시절과 민주화 운동까지 범위를 확장시켜 "과거에 집착하는 우진이 왜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없다를 놓고 이야기를 했다. 이런 부분을 놓고 좀 더 이론화 시켜서 나중에 또 다른 한국영화에 반영해 해석해보도록 하겠다"라며 한국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함께 발제한 대만 국립정치 대학 부교수 첸은 '슬픔의 밖으로 걸어 나가기 : 대만 영화의 이면'이라는 주제를 놓고, 대만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 속에 영화 속 인물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해주기도 했다.
이날 자리는 부산영화포럼 측이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 영화산업과 영화미학에 대한 이해와 지원의 폭을 넓히고 이론적 토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 기획한 국제 학술대회이다. 올해 처음 열린 행사로, '아시아 영화라는 경계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아시아 영화의 경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놓고 근원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고 현 아시아 영화산업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고자 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사진= 부산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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