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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주영 기자] 지상 최대의 스피드 축제 '2011 포뮬러원(F1) 그랑프리'가 3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숙박 문제로 지난해 홍역을 앓았던 F1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숙박 문제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대회 기간 지난해 같은 숙소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18일 조직위는 이번 대회를 총평하는 보도자료를 내며 숙박 문제 해소에 대해 자축했다.
숙박 시설과 관련해 외국인 통역을 맡았던 A씨는 "지난해 같은 경우 러브호텔 아니냐, 너무 더럽다 같은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대회 기간 동안 숙소 시설에 관련해서는 이런 불평 소리는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다른 문제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대회기간 조직위는 대행사를 통해 목포 시가지 내 숙소업체 여러 곳을 대회 관계자용 숙소로 일찌감치 계약을 해놓은 상태였다. 이 일대에는 두어발짝만 움직여도 손쉽게 숙소를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숙박업체가 모여있는 곳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무리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한 관광객이 하소연을 했다. B씨는 "가끔 이 일대를 놀려오면 찾았던 모텔이었다. 마침 F1을 한다기에 왔는데 빈방이 없다고 하더라.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렵게 찾았더니 한사람 묶는데 15만원이나 달라고 하더라. 너무 비싸서 그냥 나올 수 밖에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A씨가 찾았던 곳은 당시 대행사가 이 일대에서 계약을 유일하게 안했던 곳이다. 평소 이 숙박업소는 하루 묶는 데 3만5000원의 비용을 받았다. 당시 인근 일대 대부분의 숙소는 모두 대행사와 계약에 묶여 일반인이 이용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빈방이 동이 난 상태였기에 대행사와의 미계약 업주 입장에서는 부르는 게 값. 조직위 말대로 숙소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고 빈방도 있었지만, 일반 관람객이 무리없이 이용할만한 숙소는 어디에도 없었던 셈이다. 대행사와 계약을 했던 한 숙박업주는 "방이 없는 것을 알고 자기네 숙소로 올 것이라는 것을 노려 폭리를 취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대행사가 계약했던 숙소들은 모두 빈방이 없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대회 기간 기자가 묵었던 숙소의 경우, 외신기자 및 일부 관계자들이 이용했지만, 투숙율은 전체의 절반도 안됐다. 이 숙박 업주는 "방이 비어 있었지만, 이미 대행사 측이 모든 방의 값을 지불한 상태라 사실상 손님들에게 드릴 수 있는 방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행사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이다. 미리 알아서 우리에게 연락을 줬었으면 방을 내어드렸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회 기간 내내 숙박 시설이 모여있던 이곳에서는 목포시와 F1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락 페스티발'이 열렸다. 18일자 F1조직위의 보도자료에는 "목포 평화광장에서 유명 락 밴드들이 참여하는 F1대회 기념 락 페스티벌을 개최해 방문객들이 축제를 즐겼다"고 밝혔다.
기자와 한 숙소에서 묵었던 한 외신 기자는 대회 예선전이 치러졌던 15일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미디어 센터로 허겁지겁 달려왔다. 지각했다는 기자의 농담에 그는 "한국의 문화를 이해할 수가 없다. 새벽 내내 굉음 소리에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설쳤다"며 역정을 냈다.
양일간의 걸친 당시 락 페스티벌은 새벽 1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무대를 철거하는 소음이 이어졌다. 장소는 숙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불과 1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목포 평화의 광장이었다.
공연의 여파는 이뿐 만이 아니었다. 새벽까지 사람들이 몰려들어 길거리는 온통 주차장이 돼버렸다. 게다가 공연을 이유로 도로 한복판을 경찰들이 통제하고 나섰다. 이 일대에 숙소들이 대거 몰려있었던 곳인 만큼 투숙객들은 숙소를 코앞에 두고 돌아가거나 주차장이 돼버린 도로를 헤집고 들어가야 했기에 혼잡함은 극에 달했다.
당시 행사를 주최했던 F1조직위의 박근식 차관은 "지난해에도 사실 이같은 상가들의 불만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행사를 환영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대로 추진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또 달랐다. B씨는 "이런 문화 공연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도껏 해야하지 않겠느냐? 특히나 나같은 사람은 락 같은 것은 좋아하지도 않는 50대다. 말도 마라. 왠종일 내지르는 소리를 신경이 날카로워졌었다"고 털어놨다. 이날 공연은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7시간이 이어졌다.
박근식 차관은 "출연진이 많아 늦게까지 공연이 할 수 밖에 없었다"며 "거기에 원래 12시까지였었지만 늦어진 감이 없잖아 있었다. 다음 대회 개최 때는 이를 참고하여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 축제를 만들고자하는 목포시와 F1조직위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의욕이 넘치면 때론 과욕을 부른다. 대형 앰프를 동원해 길거리 한복판에서 7시간이나 넘도록 공연을 한다면 그때부터는 소음이다. 또 지난해 같은 숙소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다른 의미에서의 숙소 대란과 이를 둘러싼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는 등 2회째 코리아 GP는 개운찮은 여운을 남겼다.
[F1 대회 경주 장면(위)-F1조직위에서 마련한 숙소에 비치된 안내 책자. 사진 = F1조직위원회, 마이데일리DB]
김주영 juny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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