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홈런수만 본다면 나쁘지 않은 시즌이다. 하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지울 수 없다.
이승엽(오릭스 버팔로스)이 18일 세이부전을 마지막으로 2011시즌을 마쳤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그는 상대 선발 DJ 홀튼에게 3연타석 삼진을 당하는 등 4타수 무안타 3삼진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승엽의 2011시즌을 되돌아 본다.
▲ 홈런은 '만족', 하지만 타율과 삼진은…
올시즌을 앞두고 이승엽은 요미우리에서 오릭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지난해 타율 .163 5홈런 13타점으로 최악의 부진을 보였던 그이기에 등번호도 3번으로 바꿔달며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기분으로 부활을 다짐했다.
이승엽은 올시즌 122경기에 출장했다. 시즌 중반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 사실상 풀타임 활약이다. 이는 2004년 일본 프로야구 데뷔 이후 3번째로 많은 경기이기도 하다. 이승엽은 요미우리 시절이던 2006년(143경기)과 2007년(137경기)에만 올시즌보다 많은 경기에 나섰다.
때문에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홈런 부문에서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올시즌 그의 홈런수는 15개. 이는 77경기에 출장해 16개를 기록한 2009년보다 적은 개수지만 오릭스 제 1홈구장인 교세라돔이 도쿄돔보다 홈런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 올시즌 공인구가 '날지 않는 공'이라 불릴 정도로 반발력이 작은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이승엽의 올시즌 홈런 순위는 퍼시픽리그 8위. 리그 홈런 3위 나카타 쇼(니혼햄·18개)와 단 3개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또한 팀 홈런 1위인 아롬 발디리스와의 격차 역시 3개다. 이만하면 고개를 들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내세울 것이 홈런 밖에 없었기 때문. 아무리 팀이 기대한 부분이 타율보다는 홈런, 타점이라 하지만 올시즌 그의 타율은 기대 이하였다. 올시즌 일본 프로야구가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이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승엽의 시즌 타율은 .201. 2할에 가까스로 턱걸이한 성적이다. 올시즌 이승엽은 규정 타석에 진입하지 못하며 타율 순위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432타석에 들어서 규정타석 기준인 446타석에 14타석 부족했다. 속을 들여다보면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것이 다행일 정도다.
만약 이승엽이 14타석을 더 채웠다면 퍼시픽리그 타율 몇 위였을까. 정답은 퍼시픽리그 최하위다. 이승엽이 규정타석에 부족한 14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했다 하더라도 타율 .228를 기록해 실제 퍼시픽리그 타율 최하위인 고야노 에이치의 .237에 못미친다.
반대로 삼진에서는 규정타석에 오르지 못했음에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승엽은 121개의 삼진을 기록해 리그 5위에 올랐다. 특히 타석당 삼진 비율은 3.57타석당 1삼진으로 리그 1위인 나카무라 다케야의 4.64타석당 1삼진을 훌쩍 넘어선다.
이렇듯 극과 극을 달린 이승엽의 올시즌 성적은 타율 .201(394타수 79안타) 15홈런(8위) 51타점 28득점 121삼진(5위) 32볼넷. 극단적으로 올시즌 이승엽의 성적 속에는 홈런과 삼진 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소속팀이 클라이막스 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릭스는 시즌 중반 이후 줄곧 퍼시픽리그 3위를 달렸다. 한 때 리그 2위 니혼햄을 바짝 추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연일 패했고 결국 시즌 최종 성적에서 세이부에게 승률 1모 차이로 뒤지며 고개를 떨궜다. 오릭스가 끝없이 추락하던 기간동안 이승엽 역시 극도로 부진했기에 아쉬움이 더했다.
이승엽의 10월 한 달간 성적은 35타수 2안타 타율 .057 10삼진. 2개의 안타는 모두 홈런이었다. 팀은 3승 9패 1무를 기록했다. 10월은 이승엽과 오릭스의 2011년 축소판인 듯 하다.
[사진=오릭스 입단식 당시 이승엽]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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