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세호 기자] “왼손 타자보다 오른손 타자에 자신감이 있다. 내가 좌완 투수라서 왼손 타자는 꼭 잡아야만 한다는 부담감 같은 것도 작용하는 거 같다.”
SK 막강 불펜에 박희수(28)란 특급 좌완 한 명이 더해졌다.
박희수는 지난 1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회부터 마운드의 올라 8회까지 2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특히 박희수는 8회초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안타를 맞고도 롯데의 최고 우타자인 이대호-홍성흔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승부하는 박희수의 ‘배짱’이 돋보였다. 박희수는 이대호를 상대로 볼카운트 1-3으로 몰렸지만 변화구 두 개로 스트라이크를 유도해 이대호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낮게 형성된 체인지업이 직구를 노렸던 이대호의 허를 찔렀다. 체인지업은 홍성흔을 상대로도 유효했다. 볼카운트 1-2에서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두 번을 유도했다. 홍성흔의 삼진 아웃에 이어 1루 주자 전준우까지 도루를 시도하던 중 2루에서 태그아웃, 이날 경기 승부의 분수령이 된 순간이었다.
결국 1-0의 불안한 리드를 하고 있던 SK는 박희수의 역투 후 8회말 2점을 추가, 승부에 쐐기를 박아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뒀다.
2006년 대졸신인 선수였던 박희수는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관심 받지 못하던 무명선수였다. 입단 첫 해에는 1군 무대에서 고작 5경기에 출장해 평균자책점 7.71을 기록했고 이후 상무입대로 야구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박희수에겐 상무에서의 생활이 제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박희수 스스로도 “상무에서 훈련하면서 공이 많이 좋아졌다. 그때부터 내 공에 대한 믿음도 생겼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올 시즌 중반부터 1군 엔트리에 합류한 박희수는 곧바로 무너진 SK 불펜진의 희망이 됐다. 박희수는 정우람, 송은범, 전병두, 정대현 등이 컨디션 난조와 부상을 겪는 상황에서 이들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직구 구속은 140km 초반대를 형성하지만 공의 움직임이 좋고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의 변화구 모두 능수능란한 컨트롤로 구사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에게 절대 기죽지 않은 ‘배짱’이 있다.
박희수의 2011 시즌 성적은 67이닝 등판에 평균자책점 1.88. 특히 우타자를 상대로 기록한 피안타율 .137이 박희수가 좌완임에도 단순한 원포인트 릴리프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 후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박희수에 대해 “박희수가 중간투수 중 가장 좋다. 박희수의 볼을 칠 타자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박희수가 던질 때 벤치에서의 사인은 전혀 없다”고 박희수에 대한 무한신뢰를 보였다.
결국 마운드가 높은 팀이 강한 팀이다. SK가 지난 4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매번 최소 평균자책점 부분 1위를 유지할 정도로 막강한 투수진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비록 올해는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한 삼성에 그 자리를 넘겨줬지만 박희수가 SK 마운드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SK 박희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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