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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feel)]
배우 김래원이 천일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2008년 드라마 '식객' 이후 최근 3년 만에 SBS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으로 컴백했다. '흥행 보증수표'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이 드라마는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와 사랑을 책임지는 남자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그린 정통 멜로 드라마다. 김래원은 다른 여자와의 정략결혼을 앞두고, 수애(이서연 역)와 가슴 아픈 사랑을 한 건축사 박지형 역을 맡았다.
김수현 드라마 속 등장인물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말을 잘한다. 각자의 화법으로 상황을 대변하는 등장인물들이 많기에 말이 빠르고 때론 달변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기에 평소에 말수가 적고, 말 속도도 느린 김래원이 어떻게 김수현표 연기를 구현할지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캐릭터를 몰입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김래원은 복잡다단한 상황과 심경의 주인공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애절하고 우수에 찬 눈빛과 절절한 대사 하나하나가 과장되지 않아 담백하다. 외면은 고요하지만 내면은 감정의 파도가 넘친다.
1981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김래원은 필드하키 선수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농구선수로 서울에 유학왔으나, 남강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대학 2학년 휴학 중이던 1997년 청소년 드라마 '나'로 데뷔해, 또래보다 일찍 사회생활은 경험한 김래원은 일찍 철이 들고, 나이에 비해 조숙했다. 그래서 그런지 취미는 의외로 낚시이다. '월간 낚시'의 표지 모델로 나올 만큼 낚시광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고등학교 때부터 낚시를 즐겼다는 그는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배우다.
2003년 '옥탑방 고양이'를 통해 청춘스타로 등극했지만, 유사한 캐릭터에 안주하기보다는 다양한 작품, 다양한 배역에 도전했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수많은 아이돌 배우처럼 조바심내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기다릴 줄 알았다. 신중하고 과묵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진솔하고 털털한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언젠가 제작 발표회에서 주연들 의자만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다른 조연 의자까지 손수 옮기는 모습이 사진으로 포착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배려와 성실이 기본인 그는 상대 배우에 대해서도 예의 바른 매너남으로 유명하다.
'천일의 사랑'의 파트너 수애조차 그렇다. 우아하고 여성적인 수애와 진지하고 남성적인 분위기가 김래원은 외관상 잘 어울린다. 파격적인 애정신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격정적이고 지독한 사랑을 예감케 한다. 무슨 역할을 하든 자신 만의 개성으로 캐릭터를 소화하는 게 배우의 책임이라고 믿는 김래원. 카메라 앞에서는 흔들림이 없도록 혹독하게 자신을 훈련해 자신 만의 아우라가 만들었다. 배우 선발도 까다롭고, 연기 지도로 독하기로 유명한 김수현의 드라마에서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김래원. 이 가을에 어울리는 명품 드라마에 어울리는 완소 배우의 완성이 기대된다.
[드라마 '천일의 약속'의 김래원, 영화 '어린 신부'의 김래원. 사진 = SBS 제공, 포스터]
김민성 , 서울종합예술학교 이사장 www.sa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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