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25일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대구구장. 삼성 라이온즈가 2-0으로 앞선 8회초 2사 1루의 상황에서 '끝판 대장'의 등장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대구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환호의 함성을 질렀고 오승환이 마운드에 나섰다.
오승환은 최정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한 후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오승환과 맞대결한 박정권-안치용-이호준으로 이어지는 SK의 중심타선은 맥없이 물러섰다. 때문에 삼성은 단 2점만으로도 1차전의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팀이 패한 후 이 대행은 다른 무엇보다 타자들이 오승환 앞에서 위축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행은 자신의 선수 시절을 되돌이켜보면서 "나도 선수시절에 '저 선수가 대단하다'라고 생각하면 우선 지고 들어간다. 좀 평범하게 생각하면 좋은데…"라며 "오승환도 좋은 투수지만 칠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오승환을 보면 먼저 위축감부터 들더라.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생각해서 해야하는데 오승환이 나오니까 먼저 긴장하는 것 같다. 감독으로서 안타깝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실제로 이 대행은 한국시리즈 전에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오승환에 대한 공략법 보다는 선발 투수를 먼저 내리겠다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르는 것 자체가 삼성의 승리로 연결되는 것이었다.
이랬던 오승환은 조금 이른 때인 8회 무사 1,2루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첫 상대한 타자 안치용이 번트를 시도했지만 배트에 맞은 타구는 포수 진갑용이 잡아내면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늘렸다. 이어 김강민을 삼진으로 돌린 오승환은 후속타자 최동수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말았다. 하지만 3루주자 최정을 중견수 이영욱의 정확한 홈 송구로 아웃시키면서 오승환의 위기도 넘어갔다.
이어 9회 오승환은 이호준과 최윤석, 정근우까지 전날 경기처럼 세 타자를 돌려세운 뒤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날과 같이 삼성은 2점만 내고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이날도 경기 후 이 대행은 전날 오승환과 관련된 발언에 대해 반복해서 강조했다. 최동수가 오승환을 상대로 안타를 친 것에 대해 "어제도 이야기한 것처럼 오승환의 볼도 칠 수 있다. 타자들이 대단하다라고 생각하면 못 친다"라고 전했다.
오승환도 이 대행의 발언에 대해 인정했다. 오승환은 "당연히 타자들이 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대행께서는 타자들에게 힘을 주려면 분명 그렇게 말씀하셔야 한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사실 오승환의 집중력을 더 높이게 된 것이었다. 오승환은 "반대로 내가 그런 기사를 봤을 때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이 대행이 그렇게 이야기해서 더 잡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이 대행 말대로 내 볼도 타자들이 못 치는 볼도 아니고 내가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오승환은 이날 더 높아진 집중력으로 한국시리즈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이 대행의 타자들을 북돋아주기 위해 말했던 '칠 수 있다'라는 말이 '끝판 대장'의 집중력을 더 높이게 된 것이었다.
[삼성 오승환.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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